장호기 PD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국내 내로라하는 운동인들을 모아 ‘최고의 몸’을 가리기 위해 맞붙는 서바이벌 예능답게 화면에 덕지덕지 붙은 설명형 자막을 모두 거둬내고 온전한 육체가 빚어내는 드라마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7일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서울 중구 명동 커미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세계 시청자들이 볼 때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우면 안 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자막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런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고 편집에서 (자막을) 많이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별도의 설명 자막 없이도 누구나 영상을 눈으로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 ‘피지컬: 100’이 탄생했다. 이날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5위(6일 기준)를 차지하며 K예능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구 반대편 할머니 할아버지도 즐길 예능을 만들겠다”던 장호기 PD의 결심이 통한 셈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국 사람들에게 추성훈 선수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전세계 시청자들을 고려하면 그 설명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세계 사람들이 ‘피지컬: 100’을 볼 때 문화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부연 설명이 필요한 장면들은 삭제하고 시청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편집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자막을 모두 걷어냈음에도 ‘피지컬: 100’은 극적인 긴장감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그는 “특수카메라 촬영을 통해 땀이 흘러내리는 모습, 근육이 부풀어오르는 모습, 토르소를 깰 때 감정을 ‘자막’이 아닌 ‘그림’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 중 토르소를 깨는 장면은 장호기 PD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라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탈락은 곧 죽음이죠. ‘오징어 게임’을 보고 열광하는 시청자들한테 단순히 탈락자들에게 ‘들어가세요’라고 말하거나 명찰을 떼는 것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운동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 같은 ‘몸’을 빼앗아보자고 생각했죠. 출연자들이 정말 고통스러워하면서 토르소를 깨더라고요. 결국 하나만 남고 다 깨졌습니다.”
‘피지컬: 100’에는 어떤 사전 연출이나 각본이 없었다는 게 장호기 PD가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출연자들이 가이드를 드린다고 해서 따르는 분들이 아니다. 미리 알려드린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며 “모든 게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마지막에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추성훈 선수는 맞절까지 하더라. 그런 모습에서 ‘이 프로그램은 매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피지컬: 100’에서 보이는 출연자들의 표정과 반응은 모두 100% 진짜예요. 기존 서바이벌 예능에는 늘 빌런이 있고, 욕하고, 싸우고, 촬영 후에 안 보고 헤어지고 그런 장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이 연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연자들이 ‘난 마르고 작지만 유연하다’, ‘난 뚱뚱하지만 날렵하다’는 등 전세계에 다양한 피지컬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임해주셔서 그 열정을 느꼈습니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그 여정 속에서 정말 다양하고 강력한 피지컬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죠.”
‘피지컬: 100’은 전세계에서도 한국식 예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됐다. 장호기 PD는 “이번주부터는 예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며 “그동안 스토리의 흐름에서 주목받지 못한 인물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