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시윤은 “진짜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로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맞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뿌리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향수를 우연히 손에 넣은 남자 창수가 이를 이용해 짝사랑 하던 여성과 사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윤시윤은 극에서 남자 주인공 창수를 연기했다.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마음을 훔치는 향수에는 분명 비도덕적인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 향수를 통해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의미가 있다. 향수로 만들어낸 감정이 진짜인지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고민은 ‘어떤 것이 진짜 감정인가’, ‘어떤 감정을 사랑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영화 속 창수는 말 그대로 그런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죠. 아라(설인아 분)에게 느끼는 감정은 호기심일 수도 있고 동경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모두 사랑을 그렇게 처음 시작하지 않나요. 제 생각에 사랑은 결국 과거형인 것 같아요.”
윤시윤은 “설레서 미칠 것 같았던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엔 ‘나 이용당한 건가’ 싶은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하고, 관계 안에 있을 때는 너무 괴로웠는데 지나고 보면 성장해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다만 창수가 살고 있는 세계관 안에서는 아라가 최고의 사랑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되새기게 하는 것처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윤시윤에게도 옛추억과 사랑을 떠올리게 한 영화였다. 마음 속 어딘가에 여전히 살아 있는 서툴고 엉성하고, 그래서 되짚어 생각하면 민망하기도 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윤시윤은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를 “처음 사랑이 움텄을 때를 닮은 영화”라고 설명하며 “어떤 세련된 작법을 기대하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보실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창수가 아닌 인간 윤시윤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향수가 있다면 사용할까. 윤시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향수로 좌지우지한다는 건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랑은 용기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지 않을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트시그널’ MC를 하면서 보니 용기 없는 사람이 참 못나 보이더라고요. 근데 제가 못난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응) 용기가 없는 편이라 어쩌면 과용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창수는 향수를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았거든요. 창수가 아마 저보다 더 용기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상대역인 설인아와 호흡은 두 말 할 것 없이 좋았다. 윤시윤이 본 설인아는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이었고, 그 성실함이 촬영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윤시윤은 “설인아는 현장에서 대사 NG조차 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왜 대세인지 알겠더라고요. 로맨스, 멜로 연기를 정말 너무 잘해요. 안에 있는 에너지가 좋아서 상대를 몰입하게 해줘요. 마치 정말 아라가 돼서 창수에게 사랑을 주듯이, 연기를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수와 아라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찍으면 저도 진짜 창수가 된 기분으로 즐기듯이 임할 수 있었어요.”
설인아에게 감동한 건 비단 연기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다. 그가 현장에서 보이는 애티튜드, 작품에 대한 진심과 열정 같은 것들이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촬영에 본격 돌입하기 전부터 윤시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되게 오랫동안 이 일을 꿈꿔왔다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 출연을 확정하기 전에 감독님 미팅을 하러 갔다가 설인아 배우와 만난 일이 있거든요. 그때 저한테 ‘대본 읽어 봤느냐’면서 자기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걸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촬영에 들어갔을 때도 그런 성실함은 여전했어요. 자기는 쉬는 날인데도 와서 연습하고 갔고 대본을 정말 달달 외운 것 같았어요. 밖에서 봤을 때는 설인아라는 배우가 굉장히 단기간에 급상승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단단하게 내공을 쌓아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 늘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설인아 외에도 윤시윤은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서 여러 조연들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에는 김수미, 윤정수 등 반가운 얼굴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윤정수 형 같은 경우에는 진짜 놀라운 순발력을 보여줬어요. 사실 형이 맡은 역이 진상 손님이어서 매장에 있는 차를 타고 시운전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장면을 찍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앞선 촬영이 길어지면서 밖에서 찍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거예요. 다들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 하는데 형이 ‘내가 그러면 매장 안에서 찍되 웃기게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갑자기 시트를 핥고 그러는데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어서요. 정말 베테랑은 다르구나 했어요.”
김수미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임플란트까지 빼고 연기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마침 임플란트를 갈기 위해 뺐어야 했는데, 영화 속 장면을 위해 새 임플란트를 하지 않고 며칠 동안 지냈다고 했다. 며칠 간 죽만 먹는 등 생활의 불편을 감수한 결과 풍성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좋은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날 촬영 생각이 많이 나요. 큐 들어가면 ‘아이고 귀엽다, 귀여워’ 하시면서 깨물기도 하시고 그렇게 재밌게 해주셨거든요. 촬영 일정이 조금 힘드셨던 것 같은데 진짜 최선을 다해서 찍어 주시고 쉴 때는 의자에 앉아서 쉬시다가도 또 돌아오셔서는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그랬어요. 감동이었죠.”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열정을 다해 참여한 작품인 만큼 윤시윤은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가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활력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사랑도 다이어트도 왠지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봄 같은 영화. 윤시윤이 생각하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봄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처음 사랑을 느낄 때의 그런 느낌, 첫사랑을 하기 전에 한 번 쯤은 꿈꿔봤음직한 그런 사랑의 그림을 저희 영화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봄은 왠지 풋풋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봄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