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4·KT 위즈)의 2022시즌은 '악몽'이었다. 시즌 전 발가락 골절상으로 6월에야 복귀했는데 이후 햄스트링 부상이 겹쳤다. 그 결과 정규시즌 타율이 0.245(237타수 58안타)까지 떨어졌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구단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강백호는 "한 시즌을 통으로 쉬었으니까 재기한다는 생각"이라며 "타격 쪽에서 많이 시도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갔던 타격 포인트를 뒤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강백호의 트레이드마크는 호쾌한 스윙이다. 타격 포인트를 주로 앞에 놓고 강한 타구를 날린다. 2018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비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홈런 타자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강백호처럼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는다. 하지만 타격 준비를 빠르게 해야 해 변화구에 취약하다. 강백호는 "타격 포인트가 앞이면 공(구종)을 확인할 시간이 줄어들고 스윙률도 높아진다. 지난해에는 많은 스윙을 하면서 좋은 타구를 못 만들었다"고 자책했다. 타격 포인트가 앞이었지만 여러 복합 요인 탓에 장타가 줄었다. 대신 타석당 삼진이 늘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강백호의 지난해 헛스윙 비율은 전년 대비 1.3%포인트(p) 오른 8.7%였다.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져 RC/27이 3.94까지 악화했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2021시즌 강백호의 RC/27은 9.85로 규정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1위였다.
강백호는 "2021시즌과 2022시즌 타격 포인트가 많이 바뀌었다. 2020시즌과 2021시즌의 포인트도 다르다"며 매년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팀의 중심 타자를 맡으면서 장타 생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격 포인트가 앞에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과감하게 타격 포인트를 조정하고 있다. 김강 KT 타격 코치는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발사각과 타구 스피드는 차이가 없지만, 타구의 스핀에서 차이가 보였다. 본인의 히팅(타격) 존을 지키면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형성할 수 있는 타격을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백호의 타격은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weight shift system·중심 이동)이 아닌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rotational hitting system·허리 회전)에 가깝다.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내세운 타격 이론이다. 중심을 뒤에 놓고 골반을 강하게 회전해 강한 타구를 만들어낸다.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보다 움직임이 적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 타격 포인트를 뒤에 놓으면 장타 생산에 불리할 수 있지만, 강백호는 강한 허릿심과 탄탄한 하체로 부족함을 만회한다.
가장 기대되는 건 심리적 효과다. 강백호는 "장타가 아닌 정타가 포커스인데 마음도 편하고 잘 맞는다"며 "내려놓으니까 머리가 덜 복잡하다. 장타를 치려면 하체 스타부터 상체 움직임, 꼬임 동작까지 엄청 (세부 동작이) 많은데 정타는 집중도가 필요한 거라서 괜찮다"고 말했다.
강백호의 변화 시험대는 오는 3월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될 전망이다. 강백호는 지난 시즌 부진에도 불구하고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대회 출전이 불발되면서 그와 같은 왼손 타자에 1루수인 강백호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강백호는 "컨디션이 정말 좋다. 타격도 그렇고 몸 상태도 (프로에서 캠프를 소화한) 6시즌 동안 가장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