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뒤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대표팀 합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엄청난 이동 거리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양의지의 소속팀 두산의 스프링캠프지는 호주다. 양의지는 10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 호주에서 인천으로 향했고 하루 휴식한 뒤 바로 인천에서 약 15시간이 소요되는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주에서 출발해 투손에 도착하기까지 이동시간만 30시간에 가깝다. 그는 "이렇게 이동해본 적이 없다"며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적응을 하려고 어제 일부러 (비행기 안에서) 잠을 안 자고 왔다. 피곤하지만 잘 버텨서 호텔 가서 잠을 많이 잤다. 아침에 일어날 때 괜찮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에서 이지영(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안방을 지킨다. 공격에선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수비에선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를 결정할 키맨 중 하나다. 그는 "(태극마크를 다는 게)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미어12와 도쿄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일본에 크게 맞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갚아주고 싶은데 선수들 잘 이끌어서 좋은 결과 냈으면 한다"며 "야마다 데츠토 선수한테 계속 결정적인 걸 맞았다. 무라카미 무네타카(이상 야쿠르트 스왈로스)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마다는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는 등 유독 한국전에 강하다. 무라카미는 지난 시즌 홈런 56개를 쏘아 올려 역대 일본 프로야구(NPB) 일본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8년 만에 갈아치웠다. 홈런뿐만 아니라 타격(타율 0.318)과 타점(134개)에서도 1위에 올라 역대 NPB 최연소 타격 3관왕에 오른 '괴물'이다. 양의지는 "일본은 쉽게 영상을 접할 수 있어서 선수들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엄청난 이동 거리 탓에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태극마크의 무게감 하나는 확실하다. 양의지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하면서 이걸(태극마크) 달고 싶어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꿨는데 항상 뽑아주시니까 영광스럽다. 아프거나 몸이 안 좋더라도 어떻게든 나가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WBC 1, 2라운드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4강에 진출하면 결전지가 미국 마이애미로 바뀐다. 양의지의 마일리지가 더 쌓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는 "그건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