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디지털 시장법’에 적힌 한 문장에 OTT 업계가 몸을 떨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규제 대상 범위에 포함되며 OTT업체까지 해당 법안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플랫폼 시장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소위 ‘슈퍼 갑’ 지위를 누리는 플랫폼 사업자가 함부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매출 3조원,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사업자 중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공정위가 지정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플랫폼에서 수집된 정보를 다른 서비스와 결합할 수 없다. 또한 자사 플랫폼에 자사 상품을 우대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해당 법안에서 규정한 ‘동영상 공유 서비스 사업자’의 범위다. 발의안은 ‘온라인플랫폼 이용자가 게시한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공유하고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규정했다. 이동주 의원실 측은 “ ‘동영상 공유 서비스 사업자’ 규정은 유튜브 등 플랫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지만 애매한 표현에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OTT 업체도 포함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OTT업체는 자사가 투자하고 만든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서 상위 노출 시킬 수 없고, 시청자 데이터를 활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 법안에서 규정한 ‘연매출 3조원’에 들어가는 OTT업체는 아직 없지만, 성장하고 있는 OTT업계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연매출 3조원이 넘어가면 더 이상 K콘텐츠에 활발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 유통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다른 한국 OTT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콘텐츠 발전에는 좋지 않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동주 의원실 측은 “OTT가 범위 안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이는 법안 구체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보다 앞서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방지 법안을 만든 유럽연합(EU)에서는 ‘다수의 이용사업자와 다수의 개인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규제 범위로 삼아, 넷플릭스같은 OTT업체는 해당되지 않도록 해뒀다. 이 하나의 법안이 다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고심한 흔적이다.
시장에서 적절한 규제는 질서를 확립해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어떤 규제는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로 성장하는 산업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