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주>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이 정도면 ‘얼굴 갈아 끼우기’ 전문이다. 배우 이연이 매 작품마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며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이연은 다수의 독립, 단편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쌓아온 노력형 배우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 ‘무명’을 비롯해 ‘절해고도’, ‘거북이가 죽었다’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각인시켰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남중생 백성우를 연기하면서부터다. 극 중 이연은 촉법소년 백성우를 맡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전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첫 화부터 피투성이로 나타나 ‘소년심판’의 문을 여는가 하면, 작품 말미 문신과 피어싱이 가득한 얼굴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소년이 여자였단 점이다. 특히 작품 속처럼 10대가 아닌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단 것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어 모두를 설득하는 일. 이 어려운 일을 이연이 해낸 것이다.
심은석 판사 역을 맡았던 김혜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로 이연을 꼽으며 “대본으로는 백성우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없었는데 보는 순간 백성우가 걷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활약은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에서도 이어졌다. 당차고 화끈한 성격의 영이 역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5일 종영한 tvN ‘일타 스캔들’ 속에서는 여주인공 남행선(전도연)의 어린 시절을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로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남행선의 조카인 어린 남해이를 상대로 표현해낸 가슴 절절한 모성애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3년에도 이연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 tvN ‘이로운 사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이연은 ‘길복순’으로 전도연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31일 공개를 앞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 전설적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이연은 길복순이 소속된 킬러 회사 일원 영지로 등장한다. 그간 많은 인터뷰를 통해 롤모델을 전도연이라고 밝혀왔던 만큼 ‘길복순’을 통해 전도연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높인다.
같은 날 티빙에서는 ‘방과 후 전쟁활동’으로 시청자를 찾아온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이연은 극 중 말수가 적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노애설 역으로 등장한다. 노애설은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는 소심한 인물이지만, 괴생명체와 맞서 싸우면서 성장해 나간다. 이연은 하루아침에 학생이 아닌 군인으로 수업 대신 훈련을 받게 된 노애설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생생하게 전달,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오는 5월에는 tvN ‘이로운 사기’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극 중 이연은 만화방을 운영하지만 본업은 해커인 정다정 역을 맡아 천우희와 친구로 호흡을 맞춘다. 스튜디오드래곤 제2회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가작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 남자의 기억법’, ‘별똥별’을 연출한 이수현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이연. 그의 깨끗한 얼굴에 새롭게 덧입혀질 캐릭터는 누구일까. 늘 기대치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는 그이기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배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이연의 날갯짓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