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김재환은 지난달 28일 청백전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그의 복귀전이었다.
수술 후 1월은 개인 훈련으로만 보냈고, 2월에야 팀 훈련에 참여한 그는 실전 출발을 늦춰왔다. 김재환은 한 타석만 소화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김재환은 투수 김동주가 던진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좌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 구단은 “김재환은 점차 타석에 서는 횟수를 늘리면서 타격감 조절할 예정”이라고 향후 일정을 전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 두산의 '키 맨'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 9위(60승 82패 2무)로 추락했다.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던 왕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타선의 장타력 부재가 심각했다. 팀 홈런 101개와 장타율 0.365로 모두 KBO리그 8위에 머물렀다.
문제의 중심에는 김재환이 있었다. 2021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김재환은 두산과 4년 115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두산이 기대한 건 홈런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35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 44홈런으로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까지 수상했다. FA 직전인 2021년에도 27홈런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랬던 그가 FA 계약 첫 해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율 0.248 23홈런에 그쳤다. 출루율(0.340)과 장타율(0.460)을 합친 OPS가 딱 0.8에 그쳤다. 다른 타자였다면 준수하게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김재환이기에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실망스러운 2022년을 보낸 두산은 반전을 노린다. 역대 최고액인 총액 152억원 들여 양의지를 영입했고, 여기에 김재환이 화룡점정을 노린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였던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 전 찾은 것도 김재환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김재환에게 "4번 타자(김재환)가 40개를 쳤으면 팀 홈런이 130개까지 갔을 텐데"라며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충고해 화제에 올랐다.
두산은 김재환에게 몰렸던 부담을 덜어냈다. 박건우가 떠나고 양석환-김재환이 지켰던 중심 타선에 양의지가 돌아왔다. 2018년 그를 MVP로 키웠던 고토 고치 타격 코치는 마무리 훈련 때 “당시 김재환의 좋은 활약 이유 중 하나는 5번에 양의지라는 좋은 타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양의지가 오면서 중심 타선의 균형이 달라졌다.
주장직을 내려놔 정신적인 부담도 덜었다. 올 시즌 두산 주장은 허경민이 맡는다. 허경민은 "그동안 재환 형이 팀의 주장이자 주포 역할을 묵묵하게 해냈다. 재환 형에게 '이제 고생은 내가 할 테니 형은 홈런만 많이 쳐 달라'고 했다"고 웃으며 응원을 전했다.
양의지는 통산 타율 0.307에 매년 2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강타자다. 양석환 역시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왔다. 4일 열렸던 청백전에서는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김재환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두산은 20홈런 이상을 담보할 수 있는 장타자만 셋이 된다. 외국인 타자를 합쳐도 지난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 세 명을 보유한 건 리그에서 두산이 유일하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의 타격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두산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리그에서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