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마친 한국 이정후가 아쉬운 듯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 4-13으로 패배했다. [연합뉴스]
"아직도 충격적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밝힌 한·일전에 참패에 대한 소감이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체코전을 7-4 승리로 장식했다. 호주전과 일본전 패배로 연패에 빠졌던 대표팀은 체코전 승리로 1승 2패를 기록했다. 실낱같은 8강 진출 희망을 살리려면 13일 최종 중국전에 승리한 뒤 체코-호주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체코가 호주를 꺾어 한국과 체코, 호주 세 팀이 2승 2패 동률을 이룬 뒤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게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다.
체코전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0-0으로 맞선 1회 1사 3루에서 깨끗한 중전 안타로 대표팀의 첫 득점을 책임졌다. 대회 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 이정후는 경기 뒤 "(김)하성이 형이 앞에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안돼서 내게 기회가 왔다"며 "땅볼이라도 쳐서 타점을 올리려고 했는데 중심에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 결승점이 돼 기분 좋다"고 말했다. 체코전 결과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일본전에 대한 느낌이었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1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지난 10일 숙적 일본과 맞대결해 4-13으로 대패했다. 경기 막판 콜드게임 패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투·타 모두 완벽하게 밀린 일방적인 패배였다.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그는 "(마음을) 추스른다는 것보다 아직도 충격적"이라며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생각이 계속 날 거 같다. 분한 것도 있고 여러 감점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은 선발 다르빗슈 유가 3이닝 3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 이마나가 쇼타(3이닝 3피안타 1실점)를 필두로 우다가와 유키(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마츠이 유키(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타카하시 히로토(1이닝 1탈삼진 무실점)가 릴레이 쾌투했다.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걸치는 예리한 제구를 앞세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멀티 히트로 마운드 공략에 성공한 이정후지만 타석에서 느낀 게 많았다. 그는 "실력 차이다. 개인적으로 처음보는 공을 치게 돼 좋았던 거 같다"며 "확실히 다르다. (국내) 리그에선 보지 못한 공들이었다. 경기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밝혔다.
체코전 승리로 8강 진출 불씨를 살렸다. 이정후는 "(체코를) 이기 긴했지만 이겼다고 좋아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내일 경기 잘 준비해야 할 거 같다"며 "호주 경기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을 때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