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활약을 앞세운 미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올랐다.
마크 데로사 감독이 이끄는 미국 야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WBC 8강 베네수엘라전을 9-7로 승리했다. 지난 대회 우승국인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20일 쿠바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됐다. 반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대회 4강을 노렸던 베네수엘라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베네수엘라는 '죽음의 조'라고 불린 1라운드 D조를 4전 전승으로 통과했지만,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은 1회 초 안타 5개와 상대 실책을 묶어 3득점 했다. 1번 무키 베츠(LA 다저스)부터 5번 카일 터커(휴스턴 애스트로스)까지 다섯 타자 연속 안타로 베네수엘라 선발 투수 마틴 페레스(3분의 1이닝 5피안타 3실점)를 무너트렸다. 베네수엘라는 0-3으로 뒤진 1회 말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말린스)의 투런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미국은 4회 초 베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5회 초 터커의 솔로 홈런으로 점수 차를 다시 벌렸다.
승부가 요동친 건 5회 말이었다. 5-2로 앞선 미국은 두 번째 투수 다니엘 바드(콜로라도 로키스)가 사사구 2개와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에 몰렸다. 제구가 흔들린 바드는 앤서니 산탄데르(볼티모어 오리올스) 타석에서 폭투로 실점한 뒤 산탄데르마저 볼넷으로 내보냈다. 데로사 감독은 무사 만루에서 세 번째 투수 제이슨 아담(탬파베이 레이스)을 마운드에 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아라에스의 내야 땅볼과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의 2루타로 5-5 동점, 1사 2·3루에선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희생플라이로 역전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5회 말 시작할 때 17.9%에 불과했던 베네수엘라의 승리 확률이 아쿠냐 주니어의 희생플라이 순간 70.5%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는 7회 말 아라에스의 솔로 홈런으로 승리 확률을 87.6%까지 높였다.
마지막에 웃은 건 미국이었다. 미국은 8회 초 사사구 2개와 안타 1개를 묶어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터너가 실비노 브라초(신시내티 레즈)의 3구째 체인지업을 역전 만루 홈런으로 연결했다. 볼카운트가 0볼-2스트라이크로 불리했지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쏠린 브라초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순간, 최저 12.4%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승리 확률이 87%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는 8회 말 무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세 타자 연속 범타로 득점하지 못했다. 미국은 9회 말 마무리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휴스턴)가 베네수엘라 타선을 1이닝 퍼펙트로 막아내며 2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이날 미국은 장단 15안타를 폭발시켰다. 3번 폴 골드슈미트(5타수 2안타 1타점)와 4번 놀란 아레나도(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5타수 2안타) 5번 터커(5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가 7안타를 합작했다. 9번 타자 터너도 결승 그랜드슬램 포함 3타수 1안타(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베네수엘라는 아라에스가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고군분투했지만, 마운드가 무너진 게 뼈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