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아기레(65·멕시코) 마요르카 감독이 “한국 팬들이 TV를 끄고 이강인(22)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낮 시간대에 경기가 배정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 리그 사무국이 아닌 한국 팬들을 탓하는 듯한 발언은 분명 실언을 넘어선 망언에 가까웠다.
아기레 감독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의 베니토 비야마린에서 열린 레알 베티스와 2022~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에서 0-1로 패배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낮 시간대에 치러진 경기 일정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오후 2시에 9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해준 라리가 사무국에 정말 감사하다”며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강인을 볼 수 없도록 TV를 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에 킥오프했는데, 그 탓을 이강인과 이강인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기레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 직후 배정된 경기 일정을 언급하면서도 사실상 이강인을 관련 지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3월 A매치 기간 목요일(30일)에 돌아오는 한국인 선수도 있는데, 마요르카는 금요일(31일)에 바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아시아 시장을 통해 우리가 얻는 건 이런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요르카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는 이강인이 유일한데, 굳이 '아시아 시장'을 들먹이면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경기 시간이나 일정에 대한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기레 감독의 불만도 결국은 라리가 사무국을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무국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마치 이강인과 이강인의 팬들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해석하게끔 발언한 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이번 시즌 마요르카의 에이스는 단연 이강인이라는 점, 그리고 지난겨울 이적시장 이강인의 이적을 반대한 게 다름 아닌 아기레 감독과 구단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들이기도 했다.
실제 이강인은 이번 시즌 마요르카의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3골·4도움(팀 내 1위)의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경기장 내 영향력이 팀 내에서 가장 돋보일 정도다. 이같은 활약은 지난겨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과 라리가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마요르카 구단의 반대로 이강인의 이적은 무산됐는데, 이제와 이강인과 이강인을 응원하는 팬들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가뜩이나 마요르카를 떠나 더 큰 구단, 더 큰 무대로 향하고 싶어 했던 이강인 입장에선 팀을 떠날 만한 이유가 생겼다. 공식석상에서 한국 팬들을 탓하는 듯한 발언은 이강인에게도 분명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강인은 꾸준히 팀을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고, 마요르카 구단도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엔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강인이 떠나는 순간 마요르카 구단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이 차갑게 식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