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마운드에 1라운더 슈퍼루키보다 더 눈길을 끄는 신인이 등장했다. '왼손 옆구리 투수' 곽도규(19) 얘기다.
김종국 KIA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준영·김대유·김기훈·최지민·김유신 등 왼손 불펜 투수들이 많아서 개막 엔트리를 추리기도 어려울 만큼 상황인데, 신인 곽도규까지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곽도규는 시범경기에서 3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 없이 무실점 투구를 보여줬다.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선발 투수 양현종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허경민과 외야수 김재환을 차례로 땅볼 처리했다. 주자 2명(1·2루)를 두고 나선 21일 LG 트윈스전 5회 초 투구에선 최근 타격감이 좋은 문성주를 땅볼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곽도규는 보기 드문 왼손 옆구리 투수다. 일반적인 사이드암 투수보다는 릴리스 포인트가 조금 더 높고, 스리쿼터 유형보다는 낮다.
비슷한 투구 폼을 가진 투수로는 은퇴한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임현준, 지난 2시즌(2021~2022) 홀드 37개를 기록한 김대유(KIA)가 있다. 임현준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120.4㎞/h(2021시즌 기준)이었고, 김대유도 지난 시즌 137.1㎞/h를 기록했다. 곽도규는 이들보다 훨씬 역동적인 팔 스윙을 보여준다.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8㎞/h가 찍혔다.
곽도규는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42순위)에 KIA의 지명을 받았다. 1라운더 윤영철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진행된 팀 마무리 캠프에서 성장 잠재력을 드러낸 곽도규를 점찍었다. 퓨처스(2군)팀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오자, 김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 첫날(13일) 바로 곽도규를 1군에 불러 바로 실전에 투입했다. 공의 움직임과 완급 조절 능력에 감탄했다고.
좌타자 입장에서 왼손 옆구리 투수의 공은 마치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임현준은 좌타자 상대 통산 피안타율 0.229, 김대유는 0.214를 기록하며 강했다. 곽도규는 좌타자가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구 궤적을 갖췄을 뿐 아니라 구속까지 빠르다.
김종국 감독은 곽도규의 투구뿐 아니라 멘털까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 시즌 불펜 투수로 활용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개막 엔트리에 넣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투수진에 이미 1군 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왼손 투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먼저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윤영철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8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 슈퍼루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곽도규의 존재감은 윤영철에게 밀리지 않는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는 오버핸드 투수여도 주목받게 마련이다. 곽도규가 자신의 희소가치를 1군에서 증명할지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