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4·KT 위즈)는 지난해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개막 직전 발가락 골절로 전반기 대부분을 쉬었고, 돌아와서도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그가 거둔 성적은 타율 0.245, 6홈런, OPS 0.683.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 강백호의 연봉도 크게 내렸다. 지난해보다 47.3%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도장을 찍으며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2023년 강백호는 달라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부활의 시작은 WBC였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며 나선 WBC에서 강백호는 4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0.500(14타수 7안타) OPS 1.143 맹타를 휘둘렀다. 비록 호주전(9일)에서의 황당한 세리머니 아웃으로 도쿄 올림픽에서의 ‘껌 논란’을 완벽하게 씻어내진 못했으나, 실력은 돋보였다.
강백호의 불방망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20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대타로 출전, 복귀 후 첫 실전을 치른 강백호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튿날(21일)엔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해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낸 뒤, 나머지 두 타석에선 모두 볼넷 출루하며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타격감과 선구안 모두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이강철(57) KT 감독도 강백호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 감독은 “연봉이 깎이더니 달라졌다”고 농담하면서 “강백호가 WBC에 가기 전 KT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정말 잘했다. 생각만 바꾸면 (타율) 3할은 쉽게 칠 수 있는 선수 아닌가. 본인이 생각을 바꾼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백호는 오프시즌 이강철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시도했다. 시즌을 앞두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겠다는 것도 강백호의 요청이었다. “좌타자의 강한 타구가 날아오는 1루수가 무섭다더라”는 이강철 감독의 전언이 있었지만, 익숙한 외야 포지션에서 타격을 더 강화하겠다는 강백호의 진단과 구단의 고심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작년엔 멘털이 많이 무너졌다고 하더라.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다치고 또 다쳤다. 그래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라며 강백호의 변화를 흐뭇해했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쉬운 타자는 아니다. 올해 (KT) 투수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강백호와 박병호의 공격력으로 이겨내 보겠다”고 기대했다.
강백호에게 2023년은 여러모로 어색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강백호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실패를 겪은 뒤 맞이하는 첫 시즌이다. 3년 만에 돌아온 외야 수비도 어색하고 미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변화를 꾀하고 열심히 노력 중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함께 뒤따른다.
강백호는 이전 인터뷰에서 “작년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기에 올해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전보다 막중한 책임을 갖고 국가대표와 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기대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달라진’ 강백호를 향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