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관조하는 작가 5인의 성찰을 다룬 기획전이 배우 이광기가 운영하는 파주 갤러리 끼에서 열린다.
갤러리 끼에서 14일부터 인간의 신체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권순철, 박치호, 서정태, 정현, 한효석(가나다순)의 작품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몸, 신체를 넘어 자아와 타자를 연결 짓는 ‘숨=생(生)=실존(實存)’에 대한 작가 5인의 인간 해석을 통해 욕망, 상처, 희망, 불안 등에 대한 비판과 공감의 시선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장르와 기법이 다른 작가 5인의 인간풍경은 ‘어떻게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다.
권순철은 주로 한국의 산과 바다, 그리고 한국인의 초상을 모티프로 하는 작가다. 세파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온 노인의 얼굴은 작가 특유의 두꺼운 마티에르와 거친 붓 터치를 거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박치호는 개인의 상처와 사회 현실과의 관계를 어둑하고 거대한 몸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서 파편화된 신체의 형(形)은 바다의 부유물과 같은 것이라 하며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정태는 커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인물 초상과 더욱 대담해진 화면 구성으로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푸른 초상들을 그려왔다. 눈이 가진 생명력과 손의 움직임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그의 인물들은 눈과 손의 표정만으로도 그림의 감정을 전달한다.
정현은 인간과 물질에 내재된 생명력을 조각 언어로 찾아가는 조각가다. 철길을 지탱하던 폐침목, 철근, 아스팔트, 석탄 찌꺼기 콜타르 등 소용을 다한 산업 폐기물이 작업의 주재료이다. 큰 규모는 물론, 연필 드로잉, 녹 드로잉, 콜타르 드로잉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무수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조각을 완성해 나간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침목을 주요한 재료를 사용하여 형상은 거칠게 생략하되 나무의 질긴 물질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재료가 지탱해온 시간과 생명력을 극대화한다.
한효석은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 마치 고깃덩어리 같은 모습의 유화와 조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람도 피부를 벗겨내면 고깃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작가의 작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영국 사치갤러리 큐레이터팀이 선정한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 34명에 선정(2012년)되는 등 주목받았다.
이처럼 치밀한 완전성 속에서 자기 세계를 확립한 작가들의 전시 ‘들숨날숨 인간풍경’은 오는 6월 1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