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경, 김숙, 조세호, 주우재, 그리고 장우영까지. 어딘가 예상 가능하면서도 의외의 조합이라고 느껴지는 이들의 케미는 ‘홍김동전’의 흥행을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60여 분간 펼쳐지는 5명의 멤버들은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따라 물불 가리지 않고 미션에 뛰어들며 ‘홍김동전’의 웃음을 확실히 책임진다.
‘홍김동전’ 연출자 박인석 PD는 지난해 7월 첫회를 앞두고 공개된 ‘홍김동전 비긴즈’ 촬영 당시 “홍진경 씨가 5명이 모인 걸 보더니 ‘오합지졸 아니에요?’라고 말하던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그는 “이제는 다들 ‘혹시 나중에 폐지되면 따로 또 뭉치자’는 말을 할 정도”라고 끈끈한 우정을 전했다.
“정말 다들 촬영장 오는 걸 즐거워 하고 있어요. 녹화 마치고 나면 서로 녹화하다가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고 연락하기도 하고 출연자들끼리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면서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려고도 해요. 프로그램 홍보도 하고 다니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녹화할 때 모두 만나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보면서 얘기 나누는 오프닝이 제일 재밌다고 해요.”
5명의 출연자들은 ‘홍김동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로 맹활약한다. 김숙은 가장 연장자로 멤버들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홍진경은 분장 자체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조세호는 누나들과 동생들 사이를 동분서주하게 오가며, 가끔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갈고 닦은 진행 실력을, 가끔은 적재적소의 몸개그를 발휘하며 제 몫을 해낸다.
주우재는 다른 방송에서 보인 시크한 이미지가 그대로인 듯하지만 다른 멤버들과 티격태격하며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막내 우영은 누나들, 형들이 다소 부족한(?) 젊은 에너지를 대신 채우면서 매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 PD는 각자의 멤버가 매회 다른 역할로 든든하게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촬영할 때 ‘여기를 잘 짚어줬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반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들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때 조세호 씨가 그런 돌파구를 만들어 주고, 주우재 씨는 제작진도 예상 못한 상황들을 만들어 줘요. 다른 멤버들 모두가 독보적인 매력들이 있어요. 그런 점들이 매회차의 포인트가 돼요.”
박 PD는 특히 김숙을 언급했다. 김숙은 앞서 열풍을 일으켰던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 PD는 “녹화가 없는 날에도 자주 연락해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놀리기 바쁜 이들의 친밀감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 PD는 출연자들과 함께 꾸린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녹화나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박 PD는 또 “오늘도 녹화가 힘들 거라고 먼저 사과한다”고 웃으며 “녹화가 끝나면 서로 고생했다고 인사를 나눈다.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 건 출연자들 모두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높은 친밀감에 서로에게 자칫 ‘선’을 넘을 법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케미는 보는 이들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웃음을 짓게 한다. 박 PD는 “가능하다면 선정성 없이 웃기는 게 수준 높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워낙 친하다 보니까 편하게 말하는 내용들이 녹화 중 나오기도 하지만, 젊은 시청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볼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웃음을 만드는 게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홍김동전’은 고정 포맷이 따로 존재지 않고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꾸리다 보니, 아이템 등 준비 작업이 만만치 않다. 빠듯한 스케줄에 제작진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는 게 박 PD의 전언이다. 프로그램을 가장 맨앞에서 이끄는 박 PD 또한 팀원들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처음에 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홍김동전’ 말고 다른 것도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 작품이 시청률이 더 잘 나올 수 있었지만, ‘홍김동전’을 준비하는 회의가 재밌겠다 싶어서 이걸로 밀고 나갔죠. 신규 프로그램 모두 그렇겠지만 저희 팀원들도 초반에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요즘은 회의하는 것도 즐거워 해요.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늦게 퇴근하지만 출연자들과 함께 서로 으쌰으쌰하고 있어요. 그런 점들이 방송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또 박 PD는 지난 생일에 받았던 롤링페이퍼를 자랑하기도 했다. “옛날 방식이긴 하지만 팀원들이 축하한다는 메모를 남겨줬는데 막내 작가가 ‘‘홍김동전’ 매회차가 제 최애다’라고 적어줬다. 정말 감동했다”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하며 “시청자분들에게도 그런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