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나폴리)의 ‘별들의 전쟁’ 여정이 허무하게 끝날 위기에 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 걸린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22~23 UEFA 챔스 8강 1차전 AC밀란전에서 후반 33분 경고를 받았다. 이번 대회 세 번째 경고, 규정에 따라 김민재는 8강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김민재는 공중볼을 기다리던 알렉시스 살레마커스(AC밀란)를 뒤에서 가격해 넘어뜨렸다. 경고까지 나올 파울은 아니었다. 다만 이 장면 직후 주심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민재는 주심의 파울 선언에 팔을 허공에 휘젓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루마니아 국적의 이스트반 코바스 주심은 그런 김민재에게 달려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대회 세 번째 경고였다. 앞서 김민재는 조별리그 레인저스(스코틀랜드)전, 그리고 16강 1차전 프랑크푸르트(독일)전에서 각각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경고를 받으면서 김민재는 오는 8강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챔스는 세 번째 경고를 받은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경고 기록은 4강 이후 리셋된다.
경고를 받을 만한 장면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AC밀란 선수들의 플레이, 예컨대 코너 플랙을 발로 차 부러뜨린 하파엘 레앙이 아무런 카드도 받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편파 판정 논란도 일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코너플랙을 부러뜨려도 되는 건가”라며 주심의 일관적이지 못한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다만 김민재가 ‘경고 트러블’에 놓인 상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분명 플레이나 과격한 항의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팀 입장에서도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경고 트러블은 화두였다. 16강 2차전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승기가 기울자 후반 중반 그를 교체시킨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불필요한 행동으로 경고를 받았다.
나폴리 출신의 파올로 디카니오(55)도 순간을 참지 못한 김민재의 행동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홈에서 열리는 8강 2차전에 징계로 결장할 위험이 있는데도, 김민재가 주심을 향해 노골적인 제스처를 취한 건 놀라웠다”며 “국제 대회에서는 차라리 조용하게 욕설을 하는 게 더 낫다. 안타깝게도 김민재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4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징계 결장 여파는 고스란히 팀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오게 됐다. 이날 나폴리는 전반 40분 이스마엘 베나세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AC밀란에 0-1로 졌다. 오는 19일 오전 4시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리는 2차전 홈경기에서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4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득점이 필요한 2차전에 공격수 빅터 오시멘의 부상 복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공격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 김민재가 빠진다는 건 수비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날도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에서 100% 승률(7회)을 기록하는 등 상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민재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나폴리는 경기 내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만약 8강 2차전에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나폴리도, 김민재도 챔스 여정에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나폴리의 4강 진출 확률을 64%에서 42%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