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OTT서비스 쿠팡플레이가 극장상영작을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 쿠플시네마 론칭을 계획 중이어서 극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극장들로선 OTT홀드백(극장 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기간)이 짧을수록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고 OTT에서 공개되는 걸 기다리게 되니, 영화 콘텐츠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이는 과거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에서 공개하려고 했을 때 극장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것과 닮아 눈길을 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극장과 동시 공개하려 했을 때 홀드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극장 상영을 거부했다.
이후 메가박스는 2019년 보이콧 대열에서 이탈해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맨’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극장 배급을 맡아 상영해왔다.
OTT영화 극장 개봉을 완강히 거부해왔던 CGV와 롯데시네마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상영작이 줄어들자 결국 2020년 11월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개봉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당시 CGV와 롯데시네마는 ‘힐빌리의 노래’를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한 데 대해 넷플릭스와 2주간 홀드백 기간을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에 신작 개봉이 줄면서 넷플릭스와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홀드백에 대한 극장과 OTT의 갈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칸국제영화제는 2017년 ‘옥자’를 경쟁작으로 초청했다가 극장에서 상영한 지 3년뒤에 온라인 공개를 해야한다는 프랑스 법을 위반했다는 프랑스 극장들의 반발로 이듬해부터 OTT영화 초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칸에서 그렇게 놓친 OTT영화들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적극 초청해 화제를 모았던 터라 칸영화제는 시대의 변화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이 같은 변화에 발을 맞추려 지난해 1월 OTT사들과 협정을 통해 극장 상영 후 SVOD(구독형 VOD) 홀드백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5개월로 단축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프랑스처럼 관련 법이 없기에, 홀드백은 개별 배급사와 OTT간 계약으로 정리돼 왔다. 쿠팡플레이가 쿠플시네마를 본격 서비스하면, 특별한 규제가 없기에, 쿠팡플레이에 국내OTT서비스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티빙과 3위로 전락한 웨이브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극장들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기에, 과거 넷플릭스 영화를 보이콧했다가 결국은 받아들인 것처럼 시대 변화를 따르거나 배급사들에게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하려면 홀드백 기간을 명확히 하도록 강제하는 계약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당장 극장들과 이해 관계가 있는 배급사가 아닌 바에야 개별 배급사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OTT로 직행하려 한다면 이를 막을 뚜렷한 방안은 없다”면서 “다만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상영과는 달리 극장 상영작 OTT 무료 공개는 영화 유통질서가 뒤바뀌는 것인 만큼 업계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