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27일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과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키움 히어로즈의 전천후 투수 김태훈을 품었다. 구단은 “불펜 뎁스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라고 설명했다.
이원석은 최근 수년간 삼성의 중심타자로 활약해 왔다. 4번타자로 나서는 경기도 많았다. 올 시즌에도 19경기에 나서 타율 0.362(58타수 21안타) 1홈런 10타점을 기록, 부상 병동인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불펜 자원이 급한 삼성은 팀내 4번타자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이라는 다소 높은 카드까지 내놓으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동료의 트레이드 소식에 동료 선수들도 깜짝 놀랐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27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오재일은 “아직 못 보냈다”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부터 이원석과 ‘절친’이었던 선수. 2021년 오재일이 삼성에 합류하면서 재회했지만, 2년 만에 이번엔 이원석이 팀을 떠났다.
강민호도 “눈물 흘린 거 티 안나죠?”라면서 애써 웃었다. 강민호와 이원석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한 선후배 사이. 롯데 시절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이원석을 떠나 보냈던 강민호는 이번에도 이원석을 떠나보내는 얄궂은 운명을 맞이했다. 강민호는 “(이)원석이가 롯데를 떠날 때도 같이 술마시면서 슬퍼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돼서 아쉽다. 같이 여기서 은퇴할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밥이라도 한 끼 더 사줄 걸 그랬다”라며 아쉬워했다.
후배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군 시절부터 이원석을 친형처럼 따랐던 공민규도 얼떨떨하다는 반응이다. 공민규는 “생각도 못했던 이별이다. 그동안 친형처럼 챙겨주시고, 도움이나 쓴소리도 많이 해주셨던 분인데 이렇게 헤어지게 돼서 마음이 복잡하다. 떠나시면서 잘하라고 정신차리고 하라고 문자가 와서 마음이 복잡했다”라고 돌아봤다. 공민규는 “(이)원석이 형이 ‘네가 내 다음(후계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가족 같은 사람이 멀리 떠나는 건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그동안 팀에서 큰 역할을 해줬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고맙게 생각하고 키움에서도 몸 관리 잘해서 좋은 모습 이어갔으면 좋겠다”라며 그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