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수렁에 빠진 KT 위즈가 대위기를 맞았다. 홈런타자 박병호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타선에 큰 공백이 생긴 것.
박병호는 지난 2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리던 중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고 30일 경기에서 제외됐다. 주말이라 정확한 병원 검진을 받지 못한 박병호는 이튿날인 1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진행한 결과, 햄스트링 손상이 발견돼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KT 관계자는 "3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이다. 현재 KT는 9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2016년 8월 13일 마산 NC전 이후 7년 만에 9연패로, 2019년 이강철 감독 체제 이후 최다 연패 불명예를 썼다. 이 상황에서 박병호라는 공격의 동력마저 잃으면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솟아날 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KT는 4월 한 달 동안 완전체 타선을 꾸리지 못했다. 주전 중견수 배정대가 개막 직전 왼쪽 손등 골절로 이탈한 데 이어 조용호와 황재균 등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구멍이 생겼다. 부상병이 돌아오면 또 다른 부상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김민혁과 김상수도 잔부상에 시달리며 신음 중이다. 제대로 된 타선을 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즌 초반 강백호-알포드-박병호-장성우-황재균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은 줄부상과 부진으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남아있는 타자들의 부진도 심각하다. 연패 기간 KT의 중심타선(3~6번 타순)은 타율 0.233(159타수 37안타) 2홈런 15타점 빈타에 허덕였다. 중심타선 중책을 맡아줘야 할 강백호도 연패 기간 도중 타율 0.179로 부진하고 있고, 장성우도 같은 기간 타율 0.229로 고전 중이다. 3번 타순에 고정 배치된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만이 최근 10경기 타율 0.263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득점권(16타석 11타수)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중심타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KT는 박병호의 공수 공백을 모두 메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KT는 30일 수원 삼성전에서 강백호를 1루수로 투입하고 장성우를 4번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익숙한 외야수로 돌아갔던 강백호가 다시 1루수 미트를 잡았고, 타격감이 좋은 포수 김준태를 함께 활용하기 위해 장성우를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무득점 연장 패배. 5안타 8사사구로 13명의 주자를 누상에 보냈지만 단 한 명의 주자도 불러들이지 못했다. 박병호의 공백만 뼈저리게 느낀 경기였다.
암울한 것은 이 라인업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부상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연패 분위기에서 경험 적은 어린 선수들에게 맡기기엔 위험이 뒤따른다. 그나마 1군 경험 있는 백업 멤버 신본기, 이상호, 송민섭도 지난 1일 말소된 상황. 결국 현 라인업으로 연패 탈출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KT는 이번 주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를 차례로 만난다. 2위 SSG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어려운 상대고, 한화는 5연패 및 최하위로 머물러있지만 KT만 만나면 펄펄 나는 까다로운 상대다. KT와 한화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상대전적에서 9승 9패 1무 동률을 기록 중이다. 연패 분위기 속 매치업마저 까다로운 상황. KT가 이 최대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이강철 감독의 주름이 깊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