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리드오프 이정후’ 카드를 꺼내고 1주일이 지났다. KBO리그 대표 아이콘에겐 변화가 있었을까.
이정후는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번 타자로 나섰다. 그는 4월 치른 22경기에서 타율 0.218에 그치며 지난 시즌(2022) MVP(최우수선수) 자존심을 구겼다. 홍원기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는 주축 타자의 반등을 위해 그의 타순을 종전 3번에서 1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한 타석이라도 더 나서서 빨리 감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정후는 1번 타자로 나선 2일 삼성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튿날(3일) 삼성전에서는 2루타 1개를 쳤다. 5·7일 SSG 랜더스전도 2루타 1개씩 추가했다. 한 주 동안 5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타율은 0.231.
3번 타자로 나설 때보다 크게 나아진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배트 중심에 공이 맞기 시작했고, 인플레이 타구도 많아졌다. 2루타 3개 중 삼성전에서 기록한 1개는 야수 호세 피렐라가 낙구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5일 SSG전 8회 말 노경은의 시속 145㎞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원 바운드로 맞힌 타구, 7일 SSG전 2회 말 1루수 미트를 스치고 오른쪽 선상을 타고 뻗은 타구는 정말 빠르고 강했다. 지난 시즌(2022) 스윙과 폴로 스로우를 보는 듯했다. 장타 3개 모두 직구를 공략해 만든 점도 고무적이다. 시즌 초반 허리 부상으로 며칠 휴식했던 이정후. 이제 빠른 공 대처에 무리가 없다.
삼진은 부진했던 4월도 적었다. 총 9개, 타석당 0.09개를 기록했다. 1번 타자로 당겨진 뒤에도 6경기 27타석에서 2삼진만 기록했다. 볼넷은 타석당 0.14개였던 5월보다 최근 6경기가 0.04로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볼넷 출루는 1번뿐이다.
타점이 1개뿐인 건 1주일 동안 단 한 번도 득점권 타석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주자가 있을 때 나선 7타석에선 3안타·3볼넷을 기록하며 선행 주자의 진루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지난 5일 SSG전에서 안타 1개를 기록, 만 24세 8개월 15일 만이자, 개인 통산 824경기 만에 통산 1100안타를 기록했다.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가 보유한 최소 경기(868경기) 1100안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최연소(만 26세 5일) 기록을 모두 다시 썼다.
1번 타자로 나서며 분명히 좋은 기운도 얻었다. 타구의 질도 여전히 좋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바로 숫자다. 결과만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달 23일 인천 SSG전에서 배팅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타율은 아니야'라는 혼잣말을 했다. 낮은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좋았을 때 메커니즘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