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꾸준히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이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쾌한 타구를 많이 생산했다.
이정후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바로 맞히는 장타를 치고 2루를 밟았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서 깔끔한 우전 안타를 쳤다. 6회는 밀어 쳐서 좌전 2루타를 쳤다. 0-2로 끌려가던 키움에 반격 기회를 열었고 후속타가 나오며 팀의 첫 득점까지 해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2022)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MVP(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쥔 선수다. 지난겨울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대비해 빠른 공 대처력을 키우려 했고, 종전 타격 폼보다 스탠스와 톱 포지션(배트를 잡는 손의 위치)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타격감이 좋았지만, KBO리그 개막 뒤 첫 한 달 동안 타율 0.218에 그쳤다. 끝내기 홈런, 한 경기 3안타 등 반등 발판은 만들었지만, 좀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제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지난 주중(9~11일) 치른 LG 트윈스와의 3연전 모두 안타를 쳤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지난 시즌 타격 폼으로 돌아갔다. 이정후는 13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도 멀티 히트(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두산전에서 나온 타구는 모두 정타였다. 부진했던 4월에도 타구 속도는 빨랐지만,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야수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이날 안타 3개 중 2개는 그야말로 수비를 뚫었다. 타이밍 싸움도 밀리지 않았다. 1회는 몸쪽(좌타자 기준)으로 붙는 슬라이더를 당겨쳤고, 3회는 3구 연속 슬라이더에 이어 들어온 최원준의 주 무기 체인지업을 공략해 총알처럼 빠른 오른쪽 타구를 만들었다. 왼쪽 선상에 떨어진 6회 말 기록한 2루타도 빗맞은 타구로 보였지만, 직구를 밀어치는 스윙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한 게 주효했다. 특히 이 타석에서의 결과는 0-2로 지고 있던 키움이 1-2, 1점 차로 추격하는 발판을 만드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키움은 불펜진이 8·9회 각각 1점씩 내주며 추격에 실패했다. 불펜진이 버텼다면, 이정후가 만든 추격 1득점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유의 클러치 안타는 지난 시즌 이정후가 자주 보여주던 모습이다. 스윙에 자신감도 붙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