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전주 KCC 유니폼을 입게 된 최준용(29)이 입단 포부를 야무지게 밝혔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이슈를 몰고다니는 최준용은 “전창진 감독님(KCC)이 이전까지 나를 싫어했다. 물론 나도 전 감독님을 싫어했다”고 솔직하게 말문을 연 뒤 “그런데 같은 팀에 있으면 내가 왜 좋은지 알게 되실 것”이라고 했다.
KCC는 지난 21일 최준용과 계약기간 5년, 첫해 보수 6억원(연봉 4억2000만원, 인센티브 1억8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최준용은 2016년 서울 SK에 입단해 2021~22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키 2m의 장신 포워드 최준용은 패스부터 포스트 플레이까지 다재다능함을 갖춘 게 장점이다. 지난 시즌 후반부에 발바닥 부상으로 결장했던 최준용은 “지금은 몸 상태가 100%까지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최준용은 KC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에 가고 싶은 꿈이 있는데, KCC에서 그 꿈을 존중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KCC를 우승팀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고, 이후에 미국 무대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팀도 있었지만, 꿈에 가까워지는 게 우선이라 KCC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준용은 “연봉킹이 되고 싶은 선수도 많겠지만, 나는 연봉킹이 아니라 농구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최준용을 영입하면서 KCC는 프로농구의 ‘레알 마드리드’가 됐다. 기존 멤버인 허웅, 이승현, 라건아에 송교창이 제대하고 최준용까지 가세하면서 KCC의 선발 라인업은 말 그대로 국가대표팀 스타팅 멤버가 됐다. KCC는 소프트캡(샐러리캡 제도를 유연화해서 추가 부담금을 내면 초과분을 허용해주는 것)을 처음 적용한 2021~22시즌부터 소프트캡을 적용했는데, 최준용까지 영입한 2023~24시즌에는 역대 최고 초과분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허웅은 대표팀과 다름없는 호화 라인업이 갖춰진 것에 대해 “선수로서 정말 좋다. 이런 기회가 선수 생활 하면서 쉽게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라며 “준용이는 대학(연세대) 시절에 룸메이트였고, 대표팀에서도 친하게 지냈다. 준용이가 오면서 팀이 좋아져서 행복하게 농구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반겼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까지 밖에서 KCC를 봤을 때 이 팀이 교통정리가 잘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내가 패스도 잘 주면서 교통정리를 잘 해보겠다”며 “웅이 형이 아직 우승 반지가 없는데, 내가 반지를 끼워주겠다. KCC 구단을 최고로 만들겠다. 입단 소감 대신 결과로 말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거침없는 입담의 대표주자 답게 신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발언도 추가했다. ‘SK와 라이벌로 만나면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SK는 ‘노인즈’로 밀어붙일 텐데, 우린 젊은 걸로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SK의 35세 김선형, 36세 오세근을 겨냥한 발언이다. 최준용의 말에 KCC 관계자는 황급히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