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45년 만에 간판을 바꾼 한화오션이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조선공업으로 사명을 바꿨고, 2002년부터 현재 명칭을 써왔다. 대우에서 한화로 간판이 바뀌는 것은 45년 만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이자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계열사가 우주·지상 방위 산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구축함,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 역량을 흡수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예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웅 부회장은 이날 CEO 메시지를 통해 “한화오션의 ‘오션’은 ‘지속가능성’과 ‘도전’을 의미한다"며 "미지의 영역이 95%에 달하는 대양을 무대로 우리의 개척정신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하자”고 포부를 밝혔다.
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임원들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날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해 기존 임원 28명이 물러났다. 대신 권혁웅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경영진이 합류하면서 대대적인 개편 조짐이 일고 있다.
권 대표이사 외에도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와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김종서 사장은 상선사업부장을, 정인섭 사장은 거제사업장 총괄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날 한화오션 직원들의 이사도 시작됐다. 일부 직원들이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7~8층으로 이사하면서 당분간 기존 남대문 그랜드센트럴빌딩을 포함한 두 사옥 체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장교동에는 재무 등 지원 파트 직원들이 근무하고, 남대문에는 설계 직원이 남아 일하게 된다.
김동관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6136억원에 달한다. 2021년 영업손실 1조7547억원을 더하면 2년간 적자 규모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적자 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6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터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노사 관계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이날 임시 주총장에는 하청노동자가 한화에 교섭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성명에서 “하청노동자가 살아야 한화오션이 산다. 하청노동자 저임금 해결과 원하청 차별해소에 나서라”며 한화오션을 압박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하청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리고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하청노동자뿐 아니라 강성인 생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조와의 관계도 잘 정립해야 한다. 협력업체 종사자를 뺀 대우조선 전체 직원 중 4800여명이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 소속 노조원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한화에 '인수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와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9일 실무협의체를 열어 목표 달성 시 기준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한화 측은 이와 관련해 "모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적절한 시점에 직원들의 처우 개선, 지역과의 상생발전 등을 포함한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