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5회 삼성 공격을 막아내고 들어오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이 든든한 득점 지원을 받고 130승 달성을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
장원준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리아온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2회 실책성 수비로 대량 실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5회를 책임진 끝에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58일 만의 선발 등판이고, 승리한다면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1845일만의 기록이다.
장원준은 2017년까지만 해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였다. 2008년 12승을 시작으로 2017년 14승까지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다.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한 후 곧바로 팀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며 '두산 왕조' 개창의 선봉장이 됐다.
그랬던 장원준이 2018년부터 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3승 7패 평균자책점 9.92로 1군에서 버티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1군에서 그의 자리는 점차 사라졌다. 지난 시즌 마치고 은퇴설까지 돌았지만 장원준은 한 번 더 도전을 선택했고, 신임 이승엽 감독이 그에게 손을 건넸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퓨처스(2군)리그에서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23일 1군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았다.
1승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삼자범퇴로 끝난 1회만 해도 순조로웠다. 그러나 2회 크게 흔들렸다. 1-0으로 앞선 2회 초 장원준은 호세 피렐라와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후속 타자 강한울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이게 자원준에게 화근이 됐다. 1루수 양석환이 타구를 잡고 1루 베이스 커버를 온 2루수 이유찬에게 던졌으나 송구가 빗나갔다. 피렐라가 득점했고, 삼성은 1사 후 적시타 2개로 4점 짜리 빅 이닝을 만들었다.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4회 삼성 이재현의 플라이타구를 콜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그러나 129승 베테랑은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대량 실점 후 아웃 카운트 2개를 잡고 2회를 마친 장원준은 이후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3회와 4회 산발 피안타 1개씩을 허용했지만, 적시타는 맞지 않았다. 투구 수 62구.
타선도 든든하게 지원을 보냈다. 두산은 3회 말 1사 후 양의지와 양석환의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호세 로하스, 김재환이 왼쪽 담장까지 날아가는 대형 2루타 2개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2사 후 송승환이 다시 왼쪽 담장을 맞춰 역전 2루타를 터뜨렸고, 이유찬도 적시타를 더해 6-4로 리드를 벌렸다.
이승엽 감독은 5회에도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130승 기록 달성을 위한 의지가 보였다. 장원준도 믿음에 보답했다. 선두 타자 김지찬을 상대로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현준과 구자욱은 공 4개만 던져 땅볼 2개를 이끌었다.
5이닝 70구. 장원준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장원준은 6회 마운드를 박치국에게 넘기고 958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무리했다. 5이닝 4실점의 부진한 성적표였지만, 두산도 장원준도 원한 것 이상을 얻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