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에릭 페디(30)와 테일러 와이드너(29.NC 다이노스)의 얘기다.
NC는 지난해 12월 20일 새 외국인 투수로 페디 영입을 발표했다. 발 빠르게 움직여 '대어'를 낚았지만, 그와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 계약이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영입한 선수가 바로 와이드너다. 외국인 투수 계약을 마친 임선남 NC 단장은 당시 본지와 통화에서 "두 선수가 상반된 스타일이라는 걸 좋게 봤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은 구종이다.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를 던지는 페디의 투구 레퍼토리는 투심 패스트볼(투심)과 컷 패스트볼(커터)에서 시작한다. 특히 최고 155㎞/h 안팎까지 찍히는 투심이 주 무기이다. 흔히 말하는 직구, 포심 패스트볼(포심)을 던지지 않는 게 특징. 임선남 단장은 "페디는 투심과 커터로 그라운드볼을 유도해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라면서 "이와 반대로 와이드너는 투심을 안 쓰고 포심을 쓰면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커맨드로 승부한다. 구위와 제구 모두 괜찮은데 제구는 페디보다 나은 거 같다"고 평가했다. 페디와 와이드너는 지난 시즌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현역 빅리거'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투구 유형이 180도 다르다.
지난 30일 베일을 벗은 와이드너는 임 단장 설명에 부합했다. 이날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한 와이드너는 6이닝을 2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KBO리그 데뷔전 승리를 따냈다. 시범경기 막판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뒤 꽤 긴 시간 재활 치료에 전념했던 그였지만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구위를 뽐냈다.
구단 투구 분석에 따르면 이날 와이드너의 투구 수 98개 중 직구(포심) 비율이 51%(50개)였고, 스피드는 최고 151㎞/h까지 찍혔다. 페디와 달리 투심과 커터가 전혀 없었다. 그 대신 슬라이더(20개)와 체인지업(28개)을 섞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투구 레퍼토리지만 스트라이크존에 절묘하게 걸치는 예리한 제구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두산 타자들이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였다.
페디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첫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8승 1패 평균자책점 1.47을 기록,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1위다. 탈삼진은 1경기를 더 등판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에 7개 뒤진 2위.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도전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와이드너까지 성공적으로 복귀전을 치러 강력한 '원투펀치' 조합이 만들어졌다.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상대하는 팀들은 만반의 대비를 해야한다. 방심하는 사이 투심과 커터, 포심이 다채롭게 포수 미트에 꽂힌다. 강인권 NC 감독은 "와이드너가 합류한 만큼 아무래도 선발진이 더 안정감을 느끼는 건 사실인 거 같다"며 "다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칠 때까지 로테이션을 잘 돌아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