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23·FC서울)의 대표팀 발탁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안익수 서울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자가 목표로 삼기를 바랐던 대표팀 승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지난 태국 동계 훈련 때 ‘여기에 온 이유’를 고민하라고 했다. 대표팀이 목표였으면 좋겠다는 게 내 의견이었는데, 그게 벌써 현실이 됐다”고 웃었다.
앞서 김주성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6월 A매치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나폴리)가 기초 군사 훈련, 김영권(울산 현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중앙 수비진에 큰 누수가 생겼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2000년생 센터백인 김주성을 전격 발탁했다. 김주성이 A대표팀에 승선하는 건 김천 상무 소속이던 지난해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이후 약 1년 만이다. 유럽파 소집이 가능한 A매치 기간 소집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 시즌 서울 수비를 이끄는 ‘핵심’이다. 개막 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팀 내 유일한 선수일 정도다. 교체로 아웃된 경기도 단 2경기, 이마저도 경기 막판에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출전기록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 등 지표에서도 리그 정상급 수비수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중볼 경합 승리는 84회로 국내 선수들 가운데 1위다. 클리어링(135회) 리그 8위, 인터셉트(71회) 11위 등 기록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 눈에 띄는 기록 중 하나는 패스다. 그는 1413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이 중 1358개를 성공시켜 96.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모두 리그 1위다. 특히 전진패스는 시도(545개)와 성공(504개) 모두 김영권에 이어 2위인데, 성공률은 92.5%로 김영권보다 더 높다. 서울 후방 빌드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좋은 활약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장세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포스트 김영권’이자 김민재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게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영권은 여전히 대표팀 핵심 수비수지만, 1990년생인 만큼 대체자를 서서히 찾아야 한다. 김주성은 김영권처럼 드문 왼발잡이 센터백인 데다 빌드업과 제공권 등에 강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주성 역시도 김영권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그는 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김영권 선수가 같은 왼발잡이다 보니, 빌드업이나 수비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많이 따라 하려 한다. 김민재 선수도 월드클래스인 만큼 나중에 함께 훈련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표팀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잘 안다.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안 감독은 그런 김주성이 오랫동안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평소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하는 선수인지 잘 알기에 제자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더 크다. 안 감독은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축구에 투자하는 시간 면에서 다른 선수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김)민재나 (김)영권이가 대표팀에 돌아오더라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