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31)와 FC서울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황의조는 현재 계약상 마지막 홈경기가 끝나자 홀로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황의조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8라운드가 끝난 뒤 홀로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방송 인터뷰를 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이 먼저 경기장을 도는 바람에 합류가 어렵긴 했지만, 황의조는 뒤늦게 혼자서라도 경기장 전체를 천천히 돌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황의조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서포터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추가시간 실점을 허용하면서 무승부에 그친 다소 허망한 결과였지만, 황의조는 밝게 웃으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팬들도 그런 황의조를 향해 박수로 화답했다. 팬들뿐만 아니라 황의조는 포항 벤치석에 있던 김기동 감독과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황의조의 인사가 평소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이날 경기가 현재 계약상 마지막 홈경기였기 때문이었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 소속이지만, 6월 말까지 임대 선수 신분으로 서울에서 뛰고 있다. K리그가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하면서 이제 서울의 마지막 경기는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 원정이다. 서울과 동행하지 않는 이상, 포항전이 황의조의 ‘마지막 홈경기’였던 이유다.
사실 서울 팬들도, 구단도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이번 시즌 황의조가 최전방 공격수로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득점 수(4골)는 기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연계 플레이 등을 통해 팀 공격진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안익수 감독은 특히 그라운드 위뿐만 아니라 팀을 이끄는 황의조의 언행 등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존재감이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엔 2경기 연속 ‘원더골’을 터뜨리며 황의조다운 모습까지 되찾았다. 나흘 전 인천 유나이티드전, 그리고 이날 포항전에서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최근 기세, 그리고 팀 내 다른 공격수들의 경기력이나 컨디션을 돌아보면 사실상 대체 불가한 존재감이다.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게 서울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 건, 황의조가 예전과 달리 명확하게 선을 긋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유럽 재도전 등 의지를 밝히기보다는, 서울과 동행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열어둔 듯한 뉘앙스가 담긴 설명들도 함께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인천전을 마친 뒤 서울과 동행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 에이전트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낀 그는 포항전을 마친 뒤에도 “그때와 똑같다. 아직 들은 바가 없고, 이렇다 할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반복했다. 포항전에 대해 ‘마지막 홈경기’라고 잘라 말하기보다 “마지막 홈경기가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고 여지를 남겨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물론 황의조와 서울의 동행이 이어지기 위해선 풀어야 할 매듭들이 워낙 많다. 원소속 구단인 노팅엄과 서울 구단의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선수로서 황의조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 포항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돌며 건넨 그의 인사는 진짜 마지막 인사였을까, 아니면 극적인 동행이라는 반전 시나리오가 기다릴까. 황의조의 후반기 거취가 결정될 카운트다운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