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중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3회 초 두산 공격 중 LG 포수 허도환(39)이 바운드 된 공에 목을 맞은 뒤 쓰러졌다. 주심과 타자가 바로 선수를 살폈고, 응급 전문인력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응급조치를 했다. 허도환이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고 경기가 재개됐다.
운동경기는 사고와 부상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안전재단은 지난 3월 「스포츠행사 안전점검 매뉴얼」을 발행했다. 위 매뉴얼은 안전한 스포츠행사 운영을 위해 '장소, 계획, 인력, 물자’'등 네 가지 안전점검지표에 따라 각 행사 별 자체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인데, 행사 규모와 종목 특성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매뉴얼에 의하면, 스포츠행사 중에 발생하는 부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행위 및 처치가 가능한 응급전문인력(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을 반드시 1명 이상 함께 편성하여 행사를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스포츠행사 안전점검 매뉴얼」 28쪽 참조).
최근 이러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 야구장에서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가 열렸다. 진영고등학교와 부천고등학교가 경기에 참여했는데, 6회 말 진영고의 좌익수와 유격수가 외야 뜬공을 잡으려던 중 서로 충돌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대기 중이던 구급차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보도에 의하면, 당시 구급차에는 운전기사 외에 응급전문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부상 선수들은 약 40분가량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했고, 119 신고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당시 부상자 중 한 명은 얼굴의 일곱 부위가 골절되고 치아 다섯 개가 부러지는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회복까지 2년 정도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교육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말리그 각 권역별 순위에 따라 전국대회 참가팀이 결정되는 등 고교 야구선수들의 프로지명 및 대학진학에 중요한 스포츠 행사다. 위 매뉴얼이 제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실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응급전문인력 운영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달 초 발생한 다른 경기에서 발생한 부상자의 경우 현장에 있던 응급구조사가 현장 조치 후 병원에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건 위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됐는지 확인조차 어려웠다는 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관계자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협회가 모든 경기를 다 확인할 수 없지 않나. 보고 후 필요하면 전수 조사도 하겠다'라는 발언이 그 점을 보여준다.
매뉴얼은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현장에서 매뉴얼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것까지 실현되어야 매뉴얼을 지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물론 다른 스포츠 행사와 관련한 응급전문인력에 대한 조사 및 보완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부상당한 진영고 학생들이 하루빨리 쾌차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