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선호가 영화 ‘라방’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으로 나선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라방’은 프리랜서 PD 동주(박선호)가 우연히 받은 링크에서 여자친구의 모습이 생중계되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방송 속 정체불명의 젠틀맨(박성웅)과 필사적인 대결을 펼치는 실시간 라이브 추격극.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라방’ 주인공 박선호와 만났다. 박선호는 “관객분들께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성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큰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떨리기도 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박선호는 ‘라방’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작품에 합류하게 된다면, 당시 촬영 중이던 쿠팡플레이 드라마 ‘판타G스팟’과 동시에 촬영해야 했기 때문. 박선호는 먼저 참여한 작품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라방’ 합류를 망설였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저와 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어요. 시나리오를 보내주셔서 읽어봤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돼서 몰입되더라고요. 읽는데 머릿속에 어떻게 연기할지 그려졌죠. 저도 모르게 단숨에 읽었어요. 매력적인 작품이구나 싶었죠. 혼자서는 못한다는 생각에 감독님을 만났고 너무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인데 용기가 안 난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걱정 말라며 함께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최주연 감독의 그 말에 박선호는 용기를 냈다.
박선호는 극중 아이디 486 동주 역을 맡았다. 동주는 여자친구 수진을 구하기 위해 젠틀맨과 고군분투하는 인물. 박선호는 ‘라방’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로 동주가 깊은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선을 쓴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내면에 소중한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선함이 있고, 젠틀맨과의 대결로 상황이 점점 고조돼요. 한편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해도 소화해 내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드라마랑 같이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감독님이 계속 칭찬해 주셨고 ‘믿고 무조건 해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라방’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다. 죄의식 없이 라이브 방송을 보는 유저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전한다.
박선호는 ‘라방’을 촬영하기 전부터 비슷한 소재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참고하며 심각성을 더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보통 사람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더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보는 사람도 가해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어요. 보는 사람이 없으면 파는 사람이 없을 테구요. 이런 인식들이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지면 좋겠어요. 이런 잘못된 일들이 제발 줄어들고 사라지길 바랍니다.”
박선호와 대적하는 젠틀맨 역에는 박성웅이 참여했다. 박선호는 지난 2020년 OCN 드라마 ‘루갈’을 통해 박성웅과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선호는 젠틀맨 역이 공석이던 때 박성웅에게 전화가 왔다며 “선배의 합류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성웅 선배랑 가끔 연락만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어디냐’고 물으시더니 ‘형이 젠틀맨이야’라고 하셨죠. 사실 무슨 말인가 싶었어요. 선배가 출연한 영화 ‘젠틀맨’이 곧 개봉을 앞둔 때이기도 해서 우리 영화 속 그 젠틀맨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소름이 돋더라고요.”
박성웅은 최근 진행된 간담회에서 ‘라방’에 참여한 이유로 박선호를 꼽았다. 이에 박선호는 “어떤 작품에서든 누가 캐스팅되어 있느냐에 따라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 ‘신인인데 약하지 않을까’ 하는 사례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근데 선배님은 이 작품을 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절 언급하셨다. 선배를 존경하지 않고 안 따르면 바보다. 그 정도로 감동을 주는 선배”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박선호는 2014년 MBC ‘황금무지개’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연애세포’, ‘빛나거나 미치거나’,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다시 시작해’, ‘루갈’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판타G스팟’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데뷔 전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었던 그는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연습생 때는 데뷔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누려도 될 것들을 포기하고 살았어요. ‘어떻게 다 하고 살아’라는 생각으로 연습생으로만 6년을 지냈죠. 노래랑 춤만 알았지 연기도 몰랐어요. 그런데 ‘황금무지개’로 연기를 처음 접한 후 배우가 매력적인 직업인 걸 깨닫게 됐어요. 전 타고난 건 없지만 연습생 때부터 열심히 하는 재능은 있었어요. 수업이 끝날 때까진 제가 제일 뒤처지지만, 다음날이 되면 늘 다른 친구들과 맞춰져 있었죠. 그때 제 무기를 알게 됐어요.”
1993년생인 박선호는 올해 30살이 됐다. 예전에는 자신을 다그치고 채찍질했다면 요즘에는 몸과 건강을 챙기며 천천히 가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또 “열심히 말고 잘”이라는 박성웅의 말을 언급하며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전했다.
“남들보다 더디고 좋은 작품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연기에 제 재능을 쏟으려 해요. 매 작품을 보완하고 천천히 성장하다 보니 ‘라방’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그동안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 가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배우는 평생 직업이잖아요. 오래가기 위해서는 마음과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열심히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