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간 보람이 있다. 영국 런던에서 2연전 '원정'을 떠났던 메이저리그(MLB)가 흥행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는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와 컵스는 24일과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MLB 정규시즌 2경기에서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24일 경기에서는 컵스가 9-1 완승을 거뒀고, 25일 2차전에서는 세인트루이스가 7-5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1회 초 4점을 먼저 내주며 연패 위기에 빠졌던 세인트루이스는 2회 말 2사 만루에서 토미 현수 에드먼의 타구를 컵스 1루수 트레이 맨시니가 놓쳐 행운의 점수로 첫 득점을 이뤘다. 이어 2사 만루 기회 때 브랜든 도노반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기록, 3-4까지 추격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추격은 3회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2사 1·3루 기회에서 조던 워커가 중전 적시타를 기록, 4-4 동점을 만들었다.
세인트루이스의 기세는 이어졌다. 5회 1사 1·2루 기회 때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인 폴 골드슈미트기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역전을 이뤘고, 이어 일본계 혼혈 외야수 라스 눗바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와 점수 차를 벌렸다. 세인트루이스는 윌슨 콘트레라스의 2루타와 놀런 고먼의 좌전 적시타까지 연이어 기록, 7-4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 골드슈미트는 5개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을 치르는 최초의 선수가 됐다"고 소개했다. 골드슈미트는 앞서 지난 2014년 3월 22∼2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LA 다저스와 호주 시드니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 바 있다. 이어 2016년 6월 22∼23일에는 토론토 블루 제이스와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를 방문했다.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뒤인 2019년 4월 14∼15일에는 신시내티 레즈와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2연전을 소화했다. 본국인 미국 이외에 호주, 캐나다, 멕시코를 거쳤고 이번 영국 원정으로 총 5개국 경험하게 됐다.
골드슈미트가 호주와 멕시코를 거치고 영국까지 방문한 건 MLB 사무국이 야구 세계화를 위해 해외에서 경기 일정을 치르기 때문이다. 런던에서는 지난 2019년 MLB 최고 라이벌 2개 팀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유럽에서 열린 첫 MLB 경기로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야 런던 시리즈가 재개됐다. '축구의 종가'인 영국은 미국과 달리 프로야구가 없다. 유럽 내 인지도와 입지가 축구는 물론 농구보다도 떨어지는 야구는 시장 확대를 위해 꾸준히 해외 시장 홍보를 시도하는 중이다.
프로 야구장이 없는 영국인 만큼 런던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지난 2019년 경기 역시 이곳에서 열렸다. MLB 사무국은 런던스타디움 축구장 잔디를 걷어낸 뒤 4천톤의 골재 위에 잔디를 깔아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었고, 특설 관중석을 만들어 직사각형의 스타디움을 야구장으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흥행 역시 성공이다. 세인트루이스와 컵스가 벌인 런던시리즈 2경기에 총 11만 227명의 관중이 찾았다. 4년 전 양키스와 보스턴의 2경기 관중 수 11만 8718명보다는 적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성공으로 평가하기 충분하다.
다만 '세계화' 성과인지는 물음표가 따른다. 이번 2연전을 방문한 관중 대부분이 영국 거주 미국인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