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새로운 이름으로 라이벌 HD현대중공업과 첫 수주 경쟁을 펼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조선업에서 펼치는 첫 맞대결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상함 HD현대 vs 잠수함 한화오션 구도 바뀌나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30일 울산급 배치(Batch)3 사업의 5, 6번 호위함 입찰을 받는다. 이번 배치3 마지막 물량의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미니 이지스급’ 호위함 입찰은 8000억원대 수주전이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3500t 이지스급의 차세대 호위함 6척을 건조해 노후선과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앞서 4번함까지의 사업자는 이미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3월 4044억원에 1번함(선도함)을 수주한 바 있다.
2~4번함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아닌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의 차지였다. 당시 저가 수주 논란이 일었다. SK오션플랜트는 2번 3353억원, 3·4번 7051억원으로 예상치인 1대 4000억원을 밑도는 입찰금액을 적어 수주를 따냈다.
이번 5, 6번함의 사업예산은 8334억원이다.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데다 원자잿값 증가 등으로 이번 예상 입찰금액은 8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이번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방사청은 각 사의 제안서를 평가한 후 7월 중순 이후 낙찰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잠수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구도를 깨기 위해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수상함, 한화 잠수함의 프레임이 생긴 상황인데 한화오션으로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한화오션이 수상함도 잘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중요한 수주전”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한화’ 브랜드를 등에 업고 하는 첫 수주전이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의 선도함보다 뛰어난 후속함’이라는 수주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울산급 배치2 사업에도 한화오션이 절반을 수주했다. 잠수함뿐 아니라 수상함 분야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기타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김동관 부회장은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깜짝 방문하며 한화오션의 차세대 호위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한화오션의 수주전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맞서는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최대 건조 경험과 기술력 등을 내세우며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975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국내 수상함 분야에서 79척의 함정을 건조했다”며 “풍부한 수상함 건조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입찰 1.8점 패널티 당락 결정하나
수주전을 앞두고 양사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의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위법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KDDX의 기본 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한화오션의 기밀 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기소됐고, 2022년 1심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2025년까지 3년간 방사청의 입찰 평가에서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 1.8점을 안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전에서 감점 1.8점을 안고 한화오션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패널티는 수주 경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0년 KDDX의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점수 차는 불과 0.0565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은 총액 7조8000억원이 걸린 KDDX(2024년) 수주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양사 모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의 기술 경쟁력이 크지 않다면, 1.8점의 패널티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