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친 세자르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건넨 뒤, 의자를 정리하며 콧노래로 "감사합니다~"라고 작게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비꼬는 듯한 뉘앙스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힘든 한숨이 깃든 멜로디도 아니었다. 애써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한 말이라 해도, 25연패의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부른 콧노래는 다소 안일했다. 심지어 이날 기자회견은 대한배구협회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팬들에게 생중계가 되고 있었다.
세자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9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3주 차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8-25, 18-25, 16-25)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올해 VNL 10연패, 지난해 포함 VNL 22연패를 기록했다. 2021년 막판 연패까지 합하면 25연패가 된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에게서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세자르 감독은 "(도미니카와) 명백하게 신체적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리시브 측면에선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했던 VNL 경기 중에서 가장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수준의 배구에서 선수들이 노력하는 것을 보며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결과적인 부분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성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성적이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오고 있다. 올 시즌 VNL에서 10연패를 하는 동안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했다. 10경기에서 30세트를 내주는 동안 2세트를 따내는 데 그쳤다. 도미니카 등 해외 선수들에 비해 체격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한국은 태국과 일본에도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정작 세자르 감독은 지난 27일 불가리아전 패배 이후 "전술은 문제 없다"라며 오히려 선수들의 기량만 탓하는 듯한 말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 가운데 세자르 감독은 계속 "선수들이 성장 중이다(Growing)"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감독이 말한 성적까지 필요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세자르 체제 이후 1승 25패로 26경기가 지났지만 경기력은 여전했다. 정작 선수들은 "한국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은 나름대로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