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은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 1-2로 뒤진 3회 말 2사 상황에 롯데 선발 찰리 반즈를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2볼에서 시속 147㎞ 몸쪽 직구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9호포.
이날 홈런으로 그는 홈런 공동 선두까지 올라섰다. 경쟁자는 '리빙 레전드' 최정(SSG 랜더스). KBO리그 역대 최고의 3루수에게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아직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종전 커리어하이를 경신한 셈이 됐다. 그는 앞서 2021년 18홈런을 터뜨리며 KBO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당시에도 부상 때문에 107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홈런과 함께 타율 0.271 84타점, 출루율 0.386 장타율 0.466의 고른 성적을 냈다.
이듬해 성장통이 왔다. 노시환은 지난해 타율 0.281을 기록했으나 6홈런에 그쳤다.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을 달성하기 직전이었던 2021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2021년 넘지 못했던 그 한 꺼풀을 벗었다. 6일 기준 타율 0.315 출루율 397 장타율 0.564로 흠잡을 곳이 없다. 2021년 기록했던 18홈런은 벌써 넘었다. 당시 18홈런을 기록하는 데 458타석이 들었는데 올해는 아직 340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지난해랑 비교하면 더욱 가파르다. 노시환은 최근 6경기에서만 6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115경기 동안 친 것과 같다. 그는 지난달 28일 KT 위즈전,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1일 삼성전까지 3경기 연속,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어 5일과 6일 롯데전에서도 이틀 연속 대포가 나왔다. 당겨치고 밀어치는 등 코스 역시 편중되지 않았다.
경쟁자 최정은 치골근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상황. 노시환으로서는 역전을 노릴 수 있는 타이밍이다.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변수가 있어 홈런 1위 타이틀을 따는 게 쉽진 않다.
다만 성공한다면 한화 선수로서는 2008년 김태균(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15년 만에 수상이다. 김태균에 앞서서는 빙그레 이글스 시절인 1990~1992년 장종훈 전 코치가 3년 연속 수상한 게 전부였다. 말 그대로 팀 4번 타자 계보를 이을 수 있는 기회다.
어린 나이가 그를 더 기대케 한다. 당시 김태균은 데뷔 8년 차. 3년 차 때 이미 30홈런을 터뜨린 천재긴 했다. 장종훈 코치 역시 1990년이 데뷔 4년 차였다. 일찌감치 개화한 이들은 한화의 타선을 10년 이상 책임졌고, 장 코치의 은퇴 직전 김태균이 데뷔해 그 계보를 이은 바 있다. 그리고 김태균의 은퇴 직전 데뷔한 노시환이 당당히 홈런왕과 리그 최고 타자에 도전장을 던졌다.
후반기 최정과 노시환의 경쟁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두 사람은 홈런왕을 포함해 각 타격 타이틀에서 경쟁 중이다. 포지션이 같은 3루라 골든글러브 경쟁 중인데 MVP(최우수선수) 후보로도 유력하다. 타자 중에는 경쟁 대상을 찾기 힘들고 1점대 평균자책점과 20승에 도전 중인 에릭 페디(NC 다이노스) 아담 플럿코(LG 트윈스) 정도만이 경쟁 상대다.
다만 그 경쟁에서 노시환이 승리한다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3월 국제 무대에서 세대 교체 필요성을 절감했던 한국 야구다. 악몽에 가깝던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새로운 스타가 새로운 희망이 돼 리그를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