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드러난 교권 추락의 실태.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교육 당국 대신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회초년생인 2년 차 교사였던 A씨.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며, 서울교사노동조합 측은 A씨가 생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교권의 몰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중은 A씨를 깊이 애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뜬금없이 오은영 박사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SNS에 남긴 글에서부터다. 서 박사는 “일반적 교권 침해 문제는 강력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오은영 박사가 육아법을 코칭하는 프로그램으로, 오은영 박사의 교육관이 교권 추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매번 국민의 공분을 사는 큰 일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책임자 색출, 즉 ‘남 탓’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실제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에서 보인 오은영 박사의 교육관을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부모에게 폭언·폭력까지 사용하는 아이가 아무런 체벌 없이 솔루션만으로 교화가 가능하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방송 특성상 단기간에 진행되는 솔루션에도 실효성이 있는 지에 대한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 에피소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은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은영 박사로 인해 내 자식만 최고로 여기는 학부모와 소위 ‘금쪽이’가 생겨나고, 비극적인 사건 발생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오은영 박사의 교육관을 지나치게 비약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감정적인 체벌을 금지하는 것일 뿐, 언제나 엄격한 훈육을 강조해왔다. 포괄적 인권은 무엇인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관계에 요구되는 의무와 도리를 가르쳐왔다. 또 오은영 박사는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교단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 질서를 지키는 것, 싫은 것도 해내는 것 등 학교에서 배우는 부분들을 못 배운다”며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항상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명확한 원인 규명보다는 ‘범인 찾기’가 행해진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엄청난 지탄을 받으며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고 만다. 애먼 사람을 방패막이로 세우면서 정작 명확한 원인 규명을 찾기 보다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데 급급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충분히 분노하고, 애도하고, 원인을 찾은 뒤 함께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사회구성원의 성숙한 행동이 아닐까. 오은영 박사를 향한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