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렇다. 대지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관객들을 그 상황으로 끌어들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이 자리에서 배우 박서준에게 물었다. 만약 극중 인물 민성이 아닌 인간 박서준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일단은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상상은 저도 해 봤어요. 세상에 절대로 안 일어날 일이란 건 없을 테니까. 아마 저도 그런 극한 상황이라면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다만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주민대표 그런 역할은 못 할 것 같아요. 평소에도 완장 차는 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요.”
박서준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연기한 민성은 가족을 모든 선택의 중심에 놓는 사람이다. 민성에겐 아내 명화가 누구보다 소중하다. 하루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대지진이란 극한 상황에서 민성은 어떻게든 명화를 지키고자 한다.
실제 박서준이어도 가족은 선택의 우선순위다. 그는 “가족을 일순위, 아니 영순위로 생각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지 않을까 싶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다만 영화보다 현실이라면 상황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게 박서준의 생각이다. 결집력이 강한 우리 민족의 특성상 위기 상황이 생겨도 똘똘 뭉쳐 그것을 잘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박서준은 그래서 “아마도 내가 영화 속 인물이라면 아파트 외부인들과 함께 지내려고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서 살짝 궁금증이 들었다. 만약 실제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인간 박서준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같은 재난 상황일 수도 있고 그간 숱한 영화에서 다뤄온 좀비 아포칼립스의 상황일 수도 있다. “집 안에 고립된 채 살아남아야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박서준은 “두 달은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손이 큰 편이셔서 늘 집에 식재료가 많거든요. 그런 게 익숙해서 저는 오히려 그렇게 식재료를 쟁여놓지 않은 친구 집에 가면 허전하고 불안하기까지 한 느낌이 들어요. (웃음) 우리 영화를 보면서 ‘우리 엄마가 되게 현명한 거였구나’라고 새삼 생각했어요. 아침마다 배달이 와 있는데… 하여튼 두 달은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본 뒤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매력이다. 기후위기로 세계 곳곳이 뜻밖의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상황이 영 없을 미래 같지는 않다. 게다가 위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이 내리는 선택과 고민은 충분히 현실감이 있어 관객에게도 ‘나라면?’이라는 고민을 하게끔 한다. 박서준은 그것이 영화가 가진 힘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여름 기대할 만한 영화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선택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어요. 보는 동안, 또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서준이 민성 역으로 열연을 펼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9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 23만 1024명의 관객을 동원, 1위로 박스오피스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