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첫 동료 코디 벨린저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한·일 투·타 자존심 대결에선 압승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1회 초 야수 실책 탓에 놓인 위기에서 적시타를 맞고 먼저 2점을 내줬지만, 이후 4이닝 동안 1피안타만 기록하며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토론토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 있을 때 8점을 지원했다. 토론토는 11-4로 완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올 시즌 그리고 팔꿈치 수술 재활기를 보낸 뒤 첫 승을 거뒀다. MLB 통산 76승째였다.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이기도 했다.
컵스는 후반기 팀 득점 1위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화력을 뿜어내던 팀이다. 그 중심에 2019시즌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코디 벨린저가 있었다. 당시 LA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타자다. 하지만 그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컵스로 이적했다. 재기가 어려워 보였지만, 전날(13일)까지 타율 0.331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류현진은 1회 초 1사 1루에서 이안 햅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1루수 브랜든 벨트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4번 타자로 나선 벨린저를 상대했다. 류현진은 불리한 볼카운트(3볼-1스트라이크)에 놓였지만, 가운데 컷 패스트볼(커터)로 벨린저의 히팅 포인트를 흔든 뒤 6구째 89.4마일(143.9㎞/h)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높은 코스에 구사하며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기선 제압.
벨린저와의 두 번째 승부는 출루를 허용했다. 토론토가 5-2로 앞선 4회 초, 선두 타자로 상대했지만,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구사한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류현진은 후속 타자 댄스비 스완슨을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 상황에서 다시 주목을 끄는 매치업에 나섰다. 상대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세이야. 쓰쓰고 요시토모, 아키야마 쇼고 등 NPB(일본프로야구) 출신 외야수들의 거듭된 실패 릴레이를 끊어낸 선수다. 지난 시즌 타율 0.262 14홈런을 기록했고, 올 시즌도 10홈런을 마크한 선수였다.
류현진은 스즈키를 2구 만에 범타 처리했다. 초구 직구를 가운데 던진 뒤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으로 스윙 타이밍을 빼앗았다.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앞으로 향했다.
류현진은 앞선 1회 초 스즈키와의 첫 승부에서도 몸쪽 직구 2개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두 차례 승부 결정구와 결과가 똑같았다. 스즈키는 류현진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