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울버햄프턴)의 시즌 초반 기세가 심상치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2경기 연속 맹활약을 펼쳤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 첫 골도 터뜨렸다.
황희찬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EPL 2라운드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교체 투입돼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유럽파들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전한 골 소식이다.
팀이 0-4로 크게 뒤지던 후반 10분 교체로 투입된 황희찬은 6분 만에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파블로 사라비아의 코너킥을 점프 동작 없이 정확한 헤더로만 연결해 방향을 바꿨다. 다소 먼 거리였지만 슈팅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료들의 오프사이드 여부가 비디오 판독(VAR) 대상이 됐지만 득점이 인정됐다.
이후에도 황희찬은 적극적으로 상대 빈틈을 찾았다. 스코어가 크게 벌어져 패색이 짙어진 상황이었으나, 자신의 만회골로 시작된 추격의 불씨를 지피려 애썼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패스로 어시스트 기회도 잡았지만 팀 동료가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삼킨 장면도 있었다. 황희찬은 35분 간 드리블 1개 성공(2회 시도) 키패스 1개 등 공격진에 힘을 보탰다. 패스 성공률은 92%에 달했다. 다만 더 이상 결정적인 기회는 찾아오진 않았다. 팀도 1-4로 져 빛이 바랬다.
그래도 황희찬에게는 현지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 버밍엄월드는 “잘 맞은 헤더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이후에도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반전을 이뤄내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게 황희찬의 잘못은 아니었다”며 평점 8점을 줬다. 평점 3~4점의 혹평이 속출한 가운데 황희찬은 마테우스 쿠냐와 팀 내 공동 1위에 올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팀 내 2위에 해당하는 평점 7점을 황희찬에게 매겼다.
황희찬이 2경기 만에 골을 터뜨린 건 EPL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던 지난 2021~22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다. 다만 당시엔 라이프치히(독일)에서 이적해 늦게 합류하면서 이미 EPL 3라운드가 지난 시점이었다. 라운드로만 따지면 이번이 가장 빠른 페이스다. 지난 시즌 27라운드 만에 리그 첫 골이 나왔다는 점을 돌아보면 더욱 눈에 띄는 기록이다. 첫 시즌 5골을 넘어 개인 한 시즌 리그 최다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특히 황희찬은 비단 브라이턴전뿐만 아니라 앞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도 교체로 출전한 뒤 빠른 스피드와 침투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슈팅 4개에 드리블·크로스 등은 100% 성공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기세를 이번 경기까지 이어가며 첫 골을 터뜨렸다. 시즌 초반 기세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주전 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됐다. 게리 오닐 신임 감독은 앞선 1·2라운드 모두 황희찬을 조커로만 활용했다. 아직 선발 기회를 얻지 못한 황희찬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한 데다 2경기 연속 좋은 경기력까지 선보였다. 개막 2연패의 늪에 빠진 만큼 팀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황희찬이 그 중심에 설 이유는 충분해졌다.
현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업체 옵타는 “황희찬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EPL에서 4골을 넣었다. 동료들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많고, 기대득점(xG)도 가장 높은 2.9다. 그런데도 다른 공격수들보다 선발 출전 경기 수(3경기)는 가장 적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상으로도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주전 도약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