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품이 소중하죠. 하지만 ‘무빙’을 통해 와이어도 타보고 살도 찌워봤어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도전했던 순간들이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성장해온 환경, 직업, 성향 등에 따라 내면은 물론 외형까지 바꾸며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몸무게를 조절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과도 같다. 배우 박해진은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를 위해 10kg을 증량했으며, 영화 ‘범죄도시3’ 이준혁은 마동석에게 뒤처지지 않는 몸을 위해 20kg을 근육으로 채웠다. 이처럼 배우에게 몸무게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와 같다.
그런데 최근 무려 30kg을 증량한 청년이 있다. 지난 2017년 데뷔, 올해로 5년 차가 된 배우 이정하다. 그는 지난 9일 첫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순수 소년 김봉석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동안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는데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쪘을 때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먹고 싶어도 참았는데 마음껏 먹을 수 있었어요. 찌우면서도 힘든 게 없었죠. ‘무빙’이 공개되고 다시 찌우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웃음) 사랑받는 것 같아 좋아요.”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이정하는 극중 아버지 두식(조인성)의 비행 능력, 어머니 미현(한효주)의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물려받은 초능력자 봉석 역을 맡았다.
봉석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누구보다 따듯하고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고등학생. 이정하는 캐릭터를 위해 60kg 중반이었던 몸무게를 100kg 가까이 찌웠다.
“지금은 운동하면서 다시 빼고 있어요. 촬영 전 두 달 정도 기간이 있었고, 촬영하면서도 계속 찌워나갔죠. 솔직히 찌울 때는 봉석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즐겁게 찍었어요. 뺄 때는 먹는 걸 줄이느라 배고팠는데 점점 멋있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재밌게 빼고 있어요.(웃음)”
‘무빙’은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강풀 작가가 시나리오에 참여해 극의 재미를 살렸다. 특히 이정하는 봉석 캐릭터를 원작과는 다르게 그려내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이정하 역시 “봉석이는 웹툰에서 다정하고 순수하지만, 내면이 강한 친구다. 내가 표현한 봉석도 거기에 초점을 두지만, 나만의 봉석이를 만들고 싶었다”며 “봉석이가 되기 위해서는 나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마음속을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봉석은 아버지 두식에게 비행 능력을 물려받은 초능력자. 이를 위해 이정하는 생애 처음으로 와이어 액션에 도전했다.
“와이어 탈 때 코어 힘도 중요하지만, 몸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해서 현대 무용을 배웠어요. 와이어 액션을 처음 시작할 땐 두려웠어요. 워낙 힘들고 아프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막상 타보니까 소질에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아픈 걸 잊을 만큼 재밌었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정말 하늘을 나는 것처럼 나와서 그걸 제가 해냈다는 게 성취감 있고 뿌듯했죠.”
‘무빙’에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정원고 3인방이 있다. 비행 능력과 오감 능력을 가진 김봉석을 비롯해 재생 능력을 가진 장희수(고윤정),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지닌 이강훈(김도훈)이다. 이정하는 인터뷰 내내 정원고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약 1년의 촬영 기간 동안 교복을 입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친구처럼 지냈다며 “진짜 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함께 희로애락을 느껴서 더 두터워졌다”고 만족해했다.
이정하는 강풀 작가의 오랜 팬이다. 1998년생인 이정하는 중학생이던 때부터 강풀 작가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봉석이었다고 밝힌 이정하는 “감회가 새로웠다”면서도 “작가님한테 말해도 안 믿어준다”며 웃었다.
그래서일까. 이정하는 봉석 캐릭터를 따내기 위해 죽을 각오로 임했다. 오디션을 보기 전 모든 걸 내려놓고 원작을 읽어봤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욕심이 점점 커졌다.
“봉석이가 어떤 캐릭터인지 생각해 봤는데, 저한테도 봉석이의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 부분을 살려서 오디션 보려고 했어요. 봉석이는 겉으로 볼 때는 다정하고 순수하지만, 누구보다 내면이 강한데,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24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무빙’은 디즈니+ TV시리즈 부문에서 5개국 1위를 차지했다. 국내를 비롯해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정하는 ‘무빙’이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고 싶다. 못 자게 하고, 설레서 빨리 보고 싶고, 감동을 주는 따뜻한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언급하며 “제대로 된 로맨스도 안 해봐서 꼭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