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3)이 또 불펜 방화에 발목 잡혔다. 대어 사냥에 실패했다.
안우진은 3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키움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SSG 에이스 김광현(7이닝 2실점)과의 승부에서도 조금 우세했다. 팀 리드를 지켜낸 건 일단 안우진이었다.
시즌 10승 달성은 실패했다. 키움은 2-1로 앞선 8회 말, 구원 투수 이명종이 최정에게 좌월 동점 홈런을 맞았다. 안우진 승리도 무산됐다. 하지만 키움은 연장 승부 끝에 8-3으로 이겼다. 안우진도 의미를 부여했다.
안우진은 1·2회 모두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저 148㎞/h에서 최고 154㎞/h까지 찍혔다. 1·2구 승부에서는 완급 조절을 하고, 빠른 공이 필요할 땐 주 무기 ‘광속구’를 뿌렸다.
첫 위기도 잘 넘겼다. 안우진은 3회 말 한유섬에게 우중간 담장을 바로 맞는 안타를 맞았다. 타구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타자주자가 2루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후속 타자 전의산에게도 우전 안타를 맞았다.
한유섬과 전의산 모두 안우진 등판을 고려해 김원형 SSG 감독이 꺼내든 카드다. 한유섬은 통산 안우진 상대 타율 0.409를 기록했고, 전의산은 최근 두 경기에서 장타력이 좋았다. 두 선수는 사령탑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상대한 조형우에게 강속구를 뿌려 번트 작전을 깼다. 빠르게 오른쪽으로 흐른 공을 1루수 전의산이 재빨리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를 잡았다. 안우진 상황은 이어진 상황에서 추신수를 중견수 직선타로 처리했고, 최지훈에겐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최정을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풀카운트에서 몸쪽(우타자 기준) 하이 패스트볼 2개를 연속으로 구사해 결국 헛스윙을 유도했다. 구속은 157㎞/h까지 찍었다.
첫 실점은 4회였다. 선두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우전 안타, 1사 뒤 최주환에게 우익 선상 2루타를 맞았다. 한유섬에게 볼넷을 내준 뒤 상대한 전의산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안우진은 이어진 승부에서 조형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안우진은 5회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이날 SSG 선발 투수는 ‘리빙 레전드’ 김광현이었다. 키움 타선은 5회까지 그를 상대로 1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6회 초, 로니 도슨과 김휘집이 연속 안타를 치며 1사 2·3루를 만들었고, 이주형이 희생플라이를 치며 동점, 이형종이 중전 적시타로 역전을 이끌었다.
안우진은 2-1로 앞선 6회 말 깔끔하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7회 초, 키움의 추가 득점은 없었고, 안우진은 7회 말 마운드를 김재웅에게 넘기고 임무를 마쳤다.
안우진은 이 경기 전까지 9승 7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15승에 이어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다가왔다. 하지만 10승 달성은 없었다. 구원 투수가 8회 최정에게 홈런을 맞고 2-2 동점을 내줬다. 김광현과의 선발 맞대결도 사실상 승패 없이 마무리됐다.
키움은 연장 12회 초 타선이 폭발하며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8-3으로 승리했다. 경기 뒤 만난 안우진은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라며 승수 추가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3회 '홈런타자' 최정과의 승부에서 몸쪽 결정구로 강속구를 뿌린 순간에 대해서는 "조금 (위로) 뜨긴 했지만, 코스가 좋아서 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돌아봤다.
안우진은 승수보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에 더 애착이 크다. 2년 연속 200탈삼진 돌파로 KBO리그 최초 기록을 쓰길 바란다. 이날 평균자책점 1위(1.75)를 달리고 있던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는 KIA 타이거즈전에서 3이닝 동안 7점을 내주며 이 기록이 2.39로 치솟았다. 안우진은 이날 호투로 종전 2.43에서 2.39로 낮췄다. 현재 1위는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평균자책점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