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 48년 역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은 불과 2년 만에 아시아에서도 완전히 위용을 잃은 모습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3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2023 아시아선수권 8강 라운드 1차전에서 태국에 세트 스코어 0-3(25-25, 22-25, 23-25)으로 졌다. 이어 E조 두 번째 경기에서 베트남이 호주를 3-0(25-15, 25-15, 25-21)으로 완파하면서, 한국의 5-8위전 강등이 확정됐다.
한국은 C조 예선에서 2위(2승 1패)를 기록, 1패를 안고 8강 라운드를 시작했다. 첫 경기에서 태국에 져 2패를 기록, 남은 경기과 관계 없이 태국-베트남(이상 2승)에 밀려 탈락했다. 4강 진출 팀은 중국-일본(F조), 태국-베트남(E조)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4강 진출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75년 아시아선수권에 처음 참가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직후 코로나19와 대표팀 소집 등의 어려움으로 불참한 2021년 대회를 제외하곤, 20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대회까지 한 번도 우승하진 못했지만, 준우승 7회, 3위 10회, 4위 3회를 기록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이후 김연경(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후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데, 너무나도 부진하다. 2년 연속 발리볼네이션스(VNL)리그에서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한 데 이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세자르 감독 부임 후 성적은 3승 30패다.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에서 크로아티아,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한 수 아래의 대만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전부다.
부진을 거듭하자 VNL부터 본격적인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세자르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에 집중하겠다. 목표는 4강"이라고 밝혔으나 실패했다.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 한국의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이 14위였다. 이번 대회 직전 35위까지 떨어졌고, 베트남과 태국전 패배로 이제는 37위까지 추락했다.
이번 대회 경기력도 실망스럽다. 지난 30일 세계랭킹 47위 베트남에 세트 스코어2-3,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다음날 48위 대만에도 3-2 진땀승을 거뒀다. 최근 2년 사이 우리 대표팀을 크게 추월한 태국(15위)에는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매 세트 고비마다 범실이 쏟아졌다.
소속팀 일정으로 국내에서 약 한 달간 진행한 VNL 합숙 훈련을 전혀 지휘하지 못한 세자르 감독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선 한 달 정도 직접 훈련을 이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졸전을 거듭했다.
당장 파리 올림픽 예선과 아시안게임과 일정을 앞둬 더 걱정스럽다. 이런 모습이라면 올림픽 티켓이 획득할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아시안게임 메달 전선에도 빨간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