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뷰캐넌(34·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 더블 헤더 1차전 잠실경기 선발 등판, 8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호투했다. 뷰캐넌을 앞세운 삼성은 5-1로 승리했고, 그도 올 시즌 10승째(6패)를 수확했다. 4년 연속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KBO리그 첫 시즌부터 15승 7패를 거뒀던 뷰캐넌은 이후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다. 9개 구단이 그를 공략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소용없었다. 오히려 올 시즌 데뷔 첫 2점대 평균자책점(2.69)을 유지하며 커리어하이를 바라보고 있다.
꾸준함 뒤에는 영리함과 적응력이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뷰캐넌이 상대 팀마다 투구 패턴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등 한국 야구에 많이 녹아든 것 같다. 몸 관리도 꾸준하다. 분석을 당했는데도 이겨내고, 자기만의 분석으로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9일 경기서 8이닝 호투 뒤에는 팀을 생각하는 책임감이 있었다. 본지와 만난 뷰캐넌은 "앞서 7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연장전을 소화한 (우리) 선수단이 서울에 늦게 도착해 피곤한 걸 알았다. 내가 도와주고 싶었고,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계속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뷰캐넌은 올 시즌 평균 투구 수 1위(100구)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월 11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무려 127구를 던진 바 있다. 뷰캐넌은 "많이 던졌지만 지금 컨디션은 정말 좋다. 선발 투수라면 어느 상황이든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구 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9일(107구) 경기와 같은 상황 때도 책임질 수 있는 부분까지는 무조건 책임지는 게 선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투수들의 투구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에이스 조지 커비는 지난 9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전 후 "솔직히 7회는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이미 투구 수가 90개였고 더 이상 던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로저 클레멘스, 제러드 위버 등 은퇴 선수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커비와 달리 뷰캐넌은 과거의 '완투형 에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뷰캐넌에게 커비가 겪은 상황을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커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선발 투수가 해낼 임무가 있다면 투구 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행하고 내려와야 한다. 나도 9일 등판 때 9회에도 팀이 내가 필요하면 다시 나갈 수 있었다. 투수에게 이상적인 투구 수 기준이란 건 없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5년 연속 10승 도전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재계약 여부를 정하긴 아직 이르다. 뷰캐넌은 "내년에도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한국 팬분이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준다"면서도 "아들 브래들리(4)가 커 가면서 학교나 교육 문제도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재계약 문제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