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이 대마초 흡입으로 징역형을 받은 후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복귀한 최승현(탑)을 향한 각종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국가적 애도에도 동참하고자 국가 애도 기간 동안 보도 유예 기간을 가졌다.
앞선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은 “배우니까 탑이 아닌 최승현이라고 하겠다”고 운을 뗀 후 “국내에서는 타노스(최승현) 캐릭터 자체에 불만이 많은 거 같다. 해외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이니 문제가 당연히 없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캐스팅 발표 당시부터 굉장히 많은 우려와 비난을 들었다. 그때 내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승현이 모든 홍보에 빠진 것을 놓고는 “열 몇 개짜리 시나리오가 둘로 나눠진 거다. 최승현은 6화에서 죽는다. 전체로 보면 초반에 죽는 거라 비중이 크지 않다. 홍보 전면에 내세울 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근데 파트가 나뉘고 워낙 튀는 캐릭터라 비중 있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여론이 안 좋아져서 홍보에서 뺀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초반부터 비난이 있어서 홍보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제작보고회 참석 계획도 원래 없었다. 작품 공개되고 반응을 본 후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홍보나 본인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낫다고 봤다. 또 제작보고회에서 (최승현이) 단선적, 단편적인 질문들에 갑자기 대답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승현이 공백이 길고 그간 쌓인 게 많기 때문에 인터뷰도 콩 구워 먹듯 말고 깊이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가 되면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물론 이건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황 감독은 최승현의 캐릭터 및 연기 논란에 대해 “시즌1에서도 떠 있지만 의도된 캐릭터가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타노스도 그런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라며 “스스로 취해 있는, 우스꽝스러운 래퍼들을 취합한 캐릭터다. 거기에 약을 해서 항상 오버한다. 최승현은 이 연기를 잘했다. 외국에서는 타노스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문화이자 관점의 차이”라고 짚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들려줬다. 황 감독은 “타노스는 최승현을 염두에 둔 캐릭터는 아니었다. 다만 제 기준에서 이 역할을 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며 “그때 누군가 가져온 리스트에 최승현이 있었다. 활동 안 한 지 오래되지 않았냐고 했더니 (마약) 사건 이후로 오래 쉬었는데 연기하던 친구고 랩도 하니까 물망에 올려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제작사를 통해서 연락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승현이 출연할 거라) 기대는 안 했다. 오래 쉬기도 했고 대마초 때문에 모든 걸 그만두게 된 친구가 자기와 닮은, 약으로 망한 래퍼를 연기할까 싶었다. 본인도 고민을 오래 했다. 그러다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오디션 겸 리딩을 했고 거기서 가능성을 봤다. 랩도 연기도 시켜봤다. 최승현이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땀에 절여 있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황 감독은 “리딩 중간에 흔들리는 지점이 있어서 리딩을 멈춘 적도 있다. ‘집에 가서 오디션 테이프 다시 찍어서 와라. 난 이 상태로는 널 못 믿겠다’고도 했다. 그래서 직접 영상을 찍어 와서 오디션을 다시 한번 봤다.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또 “사실 최승현이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한 줄은 몰랐다. 이 친구 캐스팅할 때 마약으로 활동 중단하고 복귀한 분들 히스토리를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부터 찾아봤다. 그때는 나라에서 4년 정도 활동을 금지시켰다. 이후 2000년대까지 마약, 복귀가 이어졌고 굉장히 유명한 분도 많으셨다”며 “당시 최승현은 6~7년 지났을 때라 사람들이 용인해 주지 않을까 하고 세팅했다”고 밝혔다.
그는 “반응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 사실 전 빅뱅이나 개인사에 관심이 없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 팬들과 설전, 은퇴 발언 같은 것들이 있더라. ‘일을 좀 키워놨구나’ 싶었다”면서도 “그렇다고 같이 준비하던 친구를 ‘넌 안 되겠다’며 내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황 감독은 “감독으로서 같이 잘 만들어서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복귀하면 처음엔 다 비난받는다. 그러다 결국 뭘 보여주면 그때 언론과 대중이 용서할지 결정 난다. 그 판단에 맡겨 보자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같이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지난 2021년 공개된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으로, 성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