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세계랭킹 8위)이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저 원래 밝아요"라며 "브이(사진 촬영 표정)라도 할까요"라고 웃었다.
신유빈은 29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탁구 단식 16강전에서 세계 70위 젱지안(싱가포르)을 4-0(11-7, 11-9, 11-5, 11-2)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그는 "단체전에서 답답한 내용이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지 생각했다. 덕분인지 오늘 경기 내용이 좋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은 이날 단식 16강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1세트 초반 6-2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는 4-1로 앞서다가 6-8까지 끌려갔으나 결국 11-9로 이겼다. 3세트는 초반부터 잡은 기세를 끝까지 이어갔고, 4세트는 8-0으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2세트 때 상대가 작전을 바꿔 임하더라.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이내 해법을 찾았다"고 돌아봤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신유빈은 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고개를 떨궜다. 지난 25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1, 4단식에 나서 모두 졌다. 대표팀은 매치 점수 1-3 패배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루 전인 24일 홍콩과의 8강전에서도 1단식 주자로 나서 두호이켐(32위)에게 1-3으로 졌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은 지난 25일 단체전 4강 탈락 후 "언니들과 함께해 아시안게임 첫 메달(3위)을 땄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다"며 "상대 선수들이 (분석을 통해) 내게 계속 거의 비슷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다. 그런 문제점을 보완해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평소 해맑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정은 침통했고, 가까스로 눈물을 참는 듯했다.
29일 경기 종료 후에 다시 만난 신유빈은 "문제는 내게 있었다. 상대는 편안하게 플레이 하는데, 나는 뭔가 꼬이면서 힘들게 경기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미래다. 5세 때부터 탁구채를 잡은 신유빈은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8위. 국내 여자 선수 중 세계 랭킹 20위권에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그는 가족과 동료들의 응원 속에 다시 힘을 얻었다. 신유빈은 "주변에서 '아시안게임 첫 메달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수촌에 돌아가서 '우와 이게 아시안게임 메달이야'라며 좋아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언니들까지 항상 응원하고 챙겨준다. 나 보다 더 고생한다. 그래서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에서 병아리 우는 소리를 닮은 기합으로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력 못지않게 기합 소리와 당당함이 강점이다. 이날 16강에서 신유빈은 힘차게 기합을 불어넣었다.
신유빈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여자 복식 16강전을, 오후 8시 55분에는 임종훈(한국거래소)와 혼합복식 준결승전을 치른다. 여자 복식 세계랭킹 1위, 혼합복식은 세계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