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대한항공)은 관중석에서 향한 플래시에 상승세 흐름이 잠시 끊겼지만, 얼굴을 전혀 찌푸리지 않고 그저 웃었다.
신유빈(세계 랭킹 8위)은 지난 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단식 4강 쑨잉샤(중국)와 맞대결에서 0-4(7-11, 7-11, 12-14, 10-12)로 졌다.
세계 랭킹 1위 쑨잉샤의 벽을 넘지 못한 그는 이번 대회 세 번째 동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여자 단체전, 혼합 복식(임종훈·한국거래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은 단식에서도 하나를 추가했다. 신유빈은 이날 준결승을 포함해 쑨잉샤와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3게임이 너무 아쉬웠다. 8-5에서 연속 2득점 해 10-5까지 앞서다가 10-11로 역전을 당했다. 결국 12-14로 져 벼랑 끝에 몰렸다.
4게임은 2-7까지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8-8을 만들었다.
그 순간 신유빈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심판진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잠시 후 체육관 중앙 전광판에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마라'는 안내 메시지가 공지됐다.
신유빈으로선 아쉬울 법하다. 2-7로 뒤지다가 5-7, 6-8에 이어 8-8 동점까지 만들고 반전의 계기를 만든 터였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면 4게임을 따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관중석의 플래시 탓에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물론 고의성 여부를 알 순 없다. 다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중국 팬들은 자국 선수 쑨잉샤였던 만큼 신유빈의 흐름을 방해하려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신유빈은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잠시 멈췄던 경기가 재개될 때 무언가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웃는 표정이 느껴졌다.
신유빈은 "플래시가 터지면 안 되는데 자꾸 터졌다. (날 향해서 고의성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꾸 내 눈에 비쳤다"라며 "짜증나지는 않았다. 그런 것도 시합의 일부"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미래다. '탁구 신동'으로 통한 그는 최연소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8위. 국내 여자 선수 중 세계 랭킹 20위권에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에서 병아리 우는 소리를 닮은 기합으로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유빈은 단식 결승 진출 실패에도 밝은 모습으로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모든 인터뷰를 종료한 후엔 "저희 시상식도 진짜 재밌게 하고 있는데, 못 보셨죠?"라고 웃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모습이 담긴 시상식 영상을 보여주며 상황 설명까지 했다.
그는"난 원래 이 대회에 오지 못할 운명이었는데, 이렇게 동메달을 따내니까 신기하고 좋다"고 웃었다. 지난해 손목 수술 여파로 AG 출전이 어려웠는데,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됨에 따라 출전이 가능했다.
신유빈의 이번 대회 '금빛 스매싱'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2일 낮 오후 1시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키하라 미유 조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와 인도의 수티르타 무케르지-아이히카 무케르지 조(15위) 승자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여자 복식 세계랭킹 1위다.
신유빈은 "복식에서는 언니랑 같이하니까 메달 색깔을 바꾸고 싶다. 지희 언니가 단식 경기 끝나면 연습하자고 했다. 연습하러 가야 돼요"며 짐을 챙겨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