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된다. 한 번 더 물러나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신중하게 접근해 반드시 결승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
황선홍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말에는 8강전 승리에 대한 기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웃지도 않았고, 방심도 없었다. 샴페인은 어디까지나 우승이 결정된 후여야 하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1일 오후 9시(한국시간)부터 중국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중국과 맞대결에서 2-0 깔끔한 승리를 가져갔다.
말 그대로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은 앞서 키르기스스탄과 16강에서 5-1로 승리했다. 하지만 당시 황선홍 감독은 1점을 내준 허술한 플레이, 그리고 먼저 2점을 내고도 흐름을 잇지 못한 경기력에 대해 아쉬움을 더 크게 남긴 바 있다.
이날 경기 후 나타난 황선홍 감독은 달랐다.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지만, 내용에는 승리에 대한 기쁨이 충분히 차 있었다. 황 감독은 "좋은 승부를 했다. 최선을 다해준 중국팀 감독,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로 즐거웠을 것 같다"며 "첫번째 골이 경기에 안정감을 줬다. 이제 두 걸음 남았다. 우리 선수들과 앞만 보고 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 선수들에게는 어땠을까. 고영준은 혼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16강전이 끝난 후에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하루 쉬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좀 풀었다. 감독님께서도 방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냥 우리 선수들이 할 일을 계속 강조해주셨다"고 전했다.
승부수가 통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팀의 핵심으로 꼽히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득점왕 경쟁을 하는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빼고 송민규(전북)와 고영준(포항)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안재준(부천)과 조영욱(상무)도 선발로 나서며 팀 공격 부문에서 중책을 맡았다. 송민규와 고영준, 조영욱은 이날 경기 내내 팀 공격을 이끌었고, 특히 송민규는 전반 결정적인 추가골로 승리에 이바지했다.
황선홍 감독은 "충분히 계산한 부분이다. 상대에 맞춰 선발을 꾸렸고 우리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다들 너무 좋았다. 누굴 내세워도 제 몫을 해주는 상황"이라며 "전방에서 압박하고, 에너지를 공격에 많이 쏟고 있다. 그래서 조영욱을 제외하면 90분을 소화하는 선수가 없는 거다. 이번 대회 하기 전부터 이미 공격수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부담되는 매치업. 선수들이 단단해진 게 컸다. 16강전 황 감독에게 지적받았던 모습은 이날 전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황선홍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나 이런 경기를 즐길 줄알아야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랬으면 했다"며 "내색은 안했지만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아주 적절하게 잘 오갔다고 생각한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우리 팀 전체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승리한다면 일본-홍콩전의 승자와 7일 결승에서 맞다툴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은 직선적이고 파워풀하다. 같이 힘싸움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전술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며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 절대로 방심하면 안된다. 신중하게 접근해 반드시 결승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홍현석도 "선수들도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강한 상대라 생각한다. 피지컬도 좋고, 볼도 다들 잘 찬다. 유럽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아 강하다고 본다"고 경계하면서도 "우리가 우리 할 일을 한다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