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AG) 4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첫 경기부터 '황당 판정'과 '주루 미스'로 진땀을 흘렸다.
한국은 지난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AG 야구 B조 첫 경기에서 홍콩을 8회 말 10-0 콜드게임 승리를 챙겼다.
그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다.
한국은 7회까지 고작 3점을 뽑아 힘든 경기를 펼쳤다. 홍콩 투수들의 공이 평소 KBO 리그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시속 80~90km에 머물다 보니 오히려 공략에 어려움을 느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경기 초반에 타자들이 조금 긴장을 한 탓인지 타격 타이밍을 못 잡더라"라며 "홍콩은 경기 후반 (비교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내보냈고, 이에 타격 타이밍을 잡아가며 잘 공략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국은 8회 말 공격에서 뒤늦게 타선이 폭발하며 7득점해 경기를 끝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1-0으로 앞선 3회 말 공격 때 약 20분간 중단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상황은 이랬다. 무사 1, 2루 기회에서 강백호가 날린 타구를 홍콩 우익수가 몸을 날려 잡았다. 이때 안타로 여겨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 최지훈(SSG 랜더스)과 1루 주자 노시환(한화 이글스)은 급하게 돌아왔다. 홍콩 야수진은 2루와 1루를 차례로 태그하며 트리플 플레이(삼중살)를 완성한 듯 보였다.
이때 한국 대표팀 이종열 1루 코치는 최지훈이 홍콩의 송구 전에 2루를 밟았다고 항의했고,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여 2사 2루 상황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다시 1루심은 2루 주자 최지훈을 1루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대표팀은 어이없는 상황에 항의했다. 심판진은 한참 동안 의견을 주고받고서야 주자를 착각했다며 2루 주자 최지훈에게 아웃 판정을 내리면서 노시환을 1루로 다시 불렀다. 2사 1루에서 경기는 재개됐다.
여기에도 오심이 있다. 노시환은 강백호의 우익수 플라이 때 2루 주자 최지훈을 지나쳤다. 후위 주자가 선행 주자를 앞질렀기 때문에 규정상 아웃이다. 수준 이하의 심판진 판정 탓에 경기는 한참 지체됐다. 류중일 감독도 "사실 트리플 플레이 같다"라며 "(1루 주자) 노시환은 2루 주자 최지훈을 지나쳐 가서 아웃됐는데 심판이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KBO 리그에서도 후위 주자가 선행 주자를 추월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한 경기 승패에 따라 탈락할 수도 있는 국제대회에선 결코 나와선 안 되는 플레이다. 팀 분위기가 떨어지고, 패배로 직결할 수도 있다. 이날 상대가 홍콩이어서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앞으로 마주할 대만과 일본을 상대로 나와선 안 된다.
이번 AG 야구 대표팀 24명의 평균 연령 23.2세(최초 명단 기준)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22.3세) 다음으로 젊다. 그만큼 국제대회 경험이 적다.
미숙한 심판 판정 역시 앞으로 얼마든지 더 경험할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프로 심판이 참가한 대회가 아니라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 심판이 나서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판정 덕'을 봤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손해를 볼 수 있다. 황당 판정과 주루 미스, 상대 투수의 느린 구속까지 젊은 대표팀이 첫 경기부터 제대로 예방 주사를 맞은 격이다.
류중일 감독도 "주자들은 안타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내일(2일 대만전) 경기에선 이런 주루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