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금메달' 신유빈-전지희 "유빈아, 같이 이겨내 줘 고마워" "지희 언니, 이끌어 줘 감사해" [항저우 2022]
한국 여자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기념비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대한항공)과 전지희(미래에셋증권)이 보여준 실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4-1(11-4 11-6 10-12 12-10 11-3)으로 압도하고 커리어 첫 정상에 올랐다.
무려 21년 만에 나온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이다. 두 사람 전 한국의 마지막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은 무려 2002년 부산 대회 때 석은미-이은실 조였다. 2004년생인 신유빈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다.
그 역사를 신유빈과 전지희가 이뤘다. 4강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키하라 미유 조를 4-1로 꺾은 두 사람은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상대로 초반부터 몰아쳤다. 1세트와 2세트 상대를 압도했다. 북한 팀은 쫓아가야 할 때마다 범실을 일으키며 주저앉았다. 3세트를 접전 끝에 북한이 따내며 분위기가 바뀌는듯 했지만, 한국이 4세트 접전은 잡아 흐름을 끊고 5세트를 압도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지만,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믿음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전지희는 "신기하다. 너무 행복하다. 유빈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유빈도 "너무 신기하다. 우리 집에 금메달이 생겼다. 경기 내용적인 부분에서 계속 작전을 바꿔가면서 플레이를 가져간 것 같다. 후회 없고 만족한다"고 했다.
전지희에게 신유빈은 정상을 향하는 산길을 함께 이겨내 준 전우다. 전지희는 "복식이기 때문에 파트너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종목이다. 결승에서는 누구를 상대하든 쉽지 않다. 유빈이가 같이 이겨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신유빈에게 전지희는 말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탁구 선배'다.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지희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기에 막내 신유빈이 대표팀 에이스의 자리를 견뎌내고 금메달의 영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에 처음 결승 올라온 것도 신기했는데,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말 하고 싶다. 금메달을 따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는 "언니는 실력적으로 너무 탄탄한 선수"라며 "같이 복식을 뛰면 모든 부분에서 믿음을 주는 존재다. 나도 그덕분에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전지희는 "수상을 할 때까지 온 과정에서의 감회는 우리 둘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애정"이라며 파트너로서 함께 해온 시간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결승전 승리에도 두 사람 간 믿음이 빛났다. 이날 신유빈과 전지희가 1세트와 2세트를 압도하고, 4세트부터 북한의 추격을 뿌리친 건 팀워크와 그를 기반한 작전 수행 덕분이었다. 전지희는 "우리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게 플레이하는 게 첫 번째 작전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상대 선수도 작전을 잘 바꾸더라. 그래서 다시 바꿨다. 끝까지 (서로를) 믿었다"고 했다. 신유빈도 "중간 중간 작전을 바꿔야 했다. 코스 변화가 필요할 때, 언니와 논의를 빠르게 들어갔다. 그래서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지희는 "귀화를 정말 오래 전에 했다"고 돌아봤다. 중국 청소년 탁구 국가대표였던 그는 2011년 귀화해 한국인이 된 게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포기를 안 했던 내 자신에게 너무 고맙다. 중간중간 어려운 일들이 계속 나를 찾아왔다. 포기를 안 한 것, 이겨내길 잘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우승 파트너인) 유빈이와 만날 수 있었다"고 지나온 시간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이제 다음을 바라본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다시 한 번 메달을 노리고자 한다. 전지희는 "유빈이는 많이 올라와 있어 올림픽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난 랭킹도 더 올려야 하고, 기량이 떨어지지 않게 부상 관리도 잘 해야 한다"며 "유빈이와 같이 한 번 더 나가고 싶고, 메달도 따고 싶다"고 웃었다.
도쿄올림픽 때부터 아쉬운 성적과 부상에 아쉬움을 남겼던 신유빈은 더 단단해졌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 때 (세계의) 선수들 수준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경험이 정말 많은 선수들은 큰 대회에서 집중력이 달라졌다. 그래서 살짝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 단체전이 끝나고 많은 걸 느꼈다.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잘 풀어간 게 내게도 큰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늘 하던 대로 후회 없는 경기로 만들고 싶다. 연습 과정에서 더 착실해야 할 것 같다. 나가게 된다면 후회 없는 경기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