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이 사라졌다. 유통 업계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올해 핼러윈 데이(10월 31일) 마케팅을 대폭 축소하거나,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동 골목에서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로 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올해 핼러윈 마케팅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만큼 프로모션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결과다.
실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핼러윈 제품은 판매하지만, 마케팅이나 이벤트는 별도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년처럼 형형색색 핼러윈 장식으로 꾸민 매대를 마련하지 않고 기획전도 진행하지 않는다"며 "(핼러윈) 관련 상품을 팔긴 하지만 취급하는 품목 수는 대폭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핼러윈 포토존 등을 운영했던 백화점·쇼핑몰도 올해는 분위기를 내지 않을 방침이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경우 핼러윈 상품 수를 40%가량 줄였다.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식음료 업체들은 핼러윈 전용 상품을 내놓지 않는다. 그간 이맘때면 호박, 유령 등 핼러윈 캐릭터를 넣은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핼러윈 전용 메뉴를 선보이지 않는다.
CU, GS 등 편의점 업계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핼러윈 마케팅은 물론 관련 상품도 올해는 아예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올해 핼러윈 마케팅은 준비하고 있지 않고, 업계 전반적으로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통 업계는 핼러윈 대신 새로운 테마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5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패션위크' 주제로 세일 행사를 연다. 10월이 패션 상품군 매출 구성비가 가장 높은 달인 점을 고려해 관련 상품군 할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540여개 브랜드의 가을·겨울 신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할인행사 '신백멤버스 페스타'를 연다. 가을·겨울 옷을 장만하는 고객에게는 구입 금액에 따라 신세계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인 '신백리워드'를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300여 개 브랜드의 신상품을 최대 60% 할인 판매하는 가을 정기 세일 '더 세일'을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카드 회원에게는 행사 기간 사용 가능한 5%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대형마트는 먹거리 행사에 나선다. 홈플러스는 오는 25일까지 대규모 할인행사 '위켄드 어웨이'를 전개한다. 행사 기간 식품·비식품을 총망라한 주말 나들이 추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편의점들은 핼러윈 대신 빼빼로 데이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분가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선 (핼러윈 행사가) 무분별로 확장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앞으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관련 행사가 크게 움츠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