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현대는 구단 ‘최초’ 2연패를 꿈꾼다. 2위인 포항 스틸러스는 끝까지 울산을 쫓겠다는 의지다.
18일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올 시즌 파이널A(K리그1 상위 6개 팀)에 속한 팀 감독과 대표 선수 1인이 자리를 빛냈다. 전북 현대는 건강상의 이유로 단 페트레스쿠 감독 대신 발레리우 보르디아누 수석코치가 참석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간 미디어데이의 화두는 울산의 ‘2연패’였다. 울산은 3월 19일 선두 등극 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지난 7월 연패 늪에 빠지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파이널 라운드 5경기가 남은 현재, 울산(승점 67)은 2위 포항(승점 58)보다 9점 앞서 있다. 사실상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디어데이에서 마이크를 쥔 홍명보 울산 감독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 우리는 왼쪽 가슴에 별 하나 더 다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캡틴’ 김기희 역시 “우리가 처음으로 K리그 2연패에 도전 중이다. 울산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선수와 코치진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기희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가장 껄끄러운 팀으로 ‘맞수’ 포항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경기를 했을 때 상당히 껄끄러웠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포항 주장 김승대와 신경전을 펼쳤다. 김승대는 “우리는 쫓아가는 입장이다. 지키는 게 더 힘들지 쫓아가는 게 더 힘든 건 아니다. 끝까지 따라가 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는데, 김기희는 “따라오는 것 즐겁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포항은 울산과 ‘동해안 더비’에서 웃은 적이 많다. 특히 우승 문턱에 있는 울산을 꺾는 등 리그 말미에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는 포항이 직접 우승을 꿈꿀 수 있는 위치라 더욱 의지가 굳세다. 김기동 포항 감독도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며 울산전을 이겨놔야 마지막까지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울산전에 올인하고 싶고, 올해는 꼭 이겨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이널 라운드 3번째 경기에 배치된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11월 12일에 열린다. 우승이 결정될 수 있는 경기라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도 크다.
K리그 대표 ‘입담꾼’으로 거듭난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도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다. 그는 “광주 팀도 성장했고, 우리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 내 인터뷰(스킬)도 많이 성장했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정효 감독은 “여기(파이널A)에 시끄럽고 야단스럽게 올라왔다. 파이널A에서도 시끄럽게 하고 싶다.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조금 더 떠들어봐야 할 것 같다. 매 경기 시끄럽게 하겠다”고 인상적인 각오를 밝혔다.
광주(승점 54)를 비롯해 전북 현대, 대구FC(이상 승점 49)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48) 등 4개 팀이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두고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대표로 참석한 선수들은 경쟁 팀에 ‘저주’를 퍼부으며 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전북 수비수 김진수는 “3위 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포항이 다 졌으면 좋겠는데, 포항을 좋아한다”며 “대구가 다 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근호 형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다 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대구 이근호는 “우리가 다 이긴다는 전제로 울산이 다른 팀을 다 이겨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한 단계, 한 단계 밟고 올라가야 하기에 울산에 도움받고 싶다”고 했다.
가장 많은 팀의 지지를 받은 인천 오반석은 “울산이 우리를 제외한 남은 팀들을 잡아주면 우리가 ACL에 도전할 수 있다”며 울산 김기희의 지지에 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