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는 주 1회 편성을 한 드라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차은우 주연의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와 박해진, 임지연, 박성웅 주연의 SBS ‘국민사형투표’가 그렇다.
두 드라마 모두 원작을 웹툰으로 하기 때문에 초반 시청자 유입이 쉽다는 점 그리고 화려한 배우들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청률은 미미했다. 과연 주1회 편성은 득일까 실일까.
지난 11일 첫 방송한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시청률 2.2%로 시작했지만, 최근 1.9%까지 하락했다. 이 드라마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남자가 만나며 그려지는 로맨스다. ‘얼굴 천재’ 차은우와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로 스타덤에 오른 박규영을 앞세웠음에도 아쉬운 성적이다.
상황은 ‘국민사형투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시작한 ‘국민사형투표’는 박해진, 임지연, 박성웅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초반 화제 모으기에 성공했다. 스토리도 탄탄했다. 악질범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미상 개탈을 추적하는 형사극. 원작 웹툰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임지연 캐릭터를 남자에서 여자로 각색하는 등 흥미를 높였다.
그러나 시청률은 갈수록 하락세다. 4.1%의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한 ‘국민사형투표’는 최신 방송에서 2.7%로 자체 최저를 찍었다. 특히 ‘국민사형투표’는 중간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여파로 결방되면서 2주에 한 번 방송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국민사형투표’ 아직도 하고 있느냐”며 놀라 하는 반응도 있다.
드라마가 아무리 기다리는 맛이라지만, 주 1회 편성은 시청자 입장에서 전혀 ‘득’ 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드라마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 몰입도를 낮출 뿐이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사실상 수목극을 폐지한 상황이다. 그나마 일일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매주 만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 대신 계속해서 새로운 예능을 론칭하면서 드라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추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해도 OTT와 경쟁에서 밀리면서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그래서 비교적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 예능을 제작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3사가 예전보다 힘을 못쓰게 되면서 사실상 수목극 폐지는 예견된 일이다. 주 1회 편성은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사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주1회 편성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 1회 편성이 실패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목요일에 방영됐지만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주1회 편성 성공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아 보이는 상황.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 1회 편성은 사정이 어려워진 방송사들이 꺼낸 ‘최후의 카드’와 같은 것이다. 즉 장점이 많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라며 “특히 새로 론칭한 드라마는 초반 3회까지 빌드업을 쌓고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데, 주 1회 편성은 전혀 득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주 1회 편성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이를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김헌식평론가는 “재방송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중간에 텀이 긴 만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대한 감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