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육상 권가영(F20·지적장애)은 장애인 아시안게임(APG) 출국을 앞두고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를 투톤으로 염색을 시도한 그는 국가대표가 됐다는 의미로 머리를 '태극마크'로 물들였다. 출국 전 그는 "머리가 예쁘게 잘 나왔다. 시상대 위에서 자랑하고 싶다"라며 대회 출전의 각오를 다졌다.
아쉽게도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권가영은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PG 여자 투포환 결선에서 최고 9m85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아시아 신기록(11m94)을 세운 호리 레이나(일본)에게 돌아갔다.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떨어진 기록으로 대회를 마쳤다. 권가영은 지난 5월 스위스 노트윌에서 열린 세계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인 10m19를 기록한 바 있다. 10m를 무난하게 넘길 줄 알았지만, 항저우 대회에선 고배를 마셨다.
첫 APG가 주는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몸 상태가 좋았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경기 전 당황스러운 일도 생겨서 생각이 많았던 것 봤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당황스러운 일'은 갑작스런 포환 변경이었다. 권가영은 자신이 쓰는 포환이 따로 있었다. 그랑프리 등 다른 국제 무대에서도 썼던 포환인데, 이번 대회에선 계측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를 경기 직전에 알게 된 권가영은 "내 공 어딨어?"라며 당황했지만 결국 익숙하지 않은 포환으로 경기를 치렀다.
이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권가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2018년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서 8m88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5년 만에 10m 벽을 넘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아직 22세인 만큼 다음 APG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사실 이번 APG 이후 투포환 선수를 그만두고 지도자 등 다른 길을 찾으려 했던 권가영은 "이번 메달 실패로 오기가 생겼다. 다음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